마지막 날(13일)은 그야말로 사투였다. 오전 6시 30분부터 3라운드 잔여 경기 소화를 시작해서 최종 4라운드까지 달렸다. 김주형(19·14언더파 270타)은 33홀을 달려서 우승컵에 당도했다. 새로운 역사도 함께 썼다. 지난해 우승(KPGA 군산CC 오픈)으로 최연소(18세 21일), 입회 후 최단기간(3개월 17일) 기록을 세운 데 이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역사상 최초로 10대가 두 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정말 힘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 봤다. 미국에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집중력이 생겼다. 지금은 골프채를 만지지 못할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 밖에서 만난 한 선수는 "사흘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정말 힘들지만, 대회를 마쳐서 기쁘다"고 웃었다.
사실, 골프대회가 기상악화로 순연되면 대회를 축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SK텔레콤 오픈은 4라운드를 지켰다. 그 의지는 예비일(월요일)에 있었다. 대회가 일요일까지 종료되지 못한다면 월요일까지 쓰겠다는 의지였다. 한 관계자는 "예비일을 설정한 이유는 단 하나다. SK텔레콤이 골프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72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은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 선수들에게 숙박과 교통(셔틀버스)을 지원했다. ESG 경영 실천을 위해 플라스틱 물병 대신 텀블러를 배포하고, 전기 자동차를 탔다.
후원사(SK텔레콤) 대회에 최경주(51)가 미국에서 날라왔다. 출전할 수는 없었지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대회장을 누볐다. 그는 "다른 위원장께서 '악천후에 선수들이 극복하는 것도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큰 힘이 된다. 틀을 깨 달라'는 주문에 예비 일을 추가했고, 4번 홀을 파4로 변경했다"며 "이 대회의 취지는 한국 골프의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 VX와 손잡고 골프대회 TV 중계에 메타버스 솔루션을 적용했다. 3홀(7·13·18번 홀)에서 3D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30명으로 구성된 메타버스 팀은 컨테이너 속에서 중계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구자철 KPGA 회장은 메타버스 관계자와 만나 "가능하면 앞으로도 협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SK텔레콤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선수들은 경기를 하느라 힘들었지만, 관계자들은 그보다 더한 시간의 노력을 기울였다.
골프장은 선수들이 오는 시간보다 일찍 문을 열었다. 천철호 경기위원장(대행)을 포함한 경기위원들은 라운드 종료에 맞물려 깃대 위치를 변경했다.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후다닥 가서 위치를 옮겼다. 홍수처럼 불어난 물에도 재개를 위해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기자회견장을 내어주기도, 너무 긴 시간 중단돼 셔틀버스가 방전되기도 했다. KPGA 직원들은 적은 인원에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협력사의 노고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대회의 성료는 많은 의미를 내포했다. 악천후 속에서 핀 꽃. 그 꽃의 이름은 바로 화합이다.
경기위원의 발 빠른 대처로 최근 발생한 선수와 경기위원 간의 서먹함은 다소 완화됐다.
노트북을 덮고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나가면서 휴대폰을 보니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인플루언서(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구자철 회장의 글이었다. "김주형 우승. KPGA 재도약의 상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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