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복지' 높이고, '영업자 책임' 늘리고…'반려동물 미용실' CCTV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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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기자
입력 2021-06-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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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애견미용사가 말티즈를 학대해 사회적 공분을 낳았다.[사진=인스타그램]


2018년 4월 전국의 '팻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 pet과 family의 합성어)이 들고 일어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려견이 학대를 당하는 영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영상의 가해자는 애견미용사였고, 폭행 장소는 동물병원이라는 점은 분노를 더더욱 치솟게 했다. 영상에서 미용사는 몰티즈의 얼굴을 마구 때렸고, 결국 몰티즈는 쇼크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이어 당시 반려동물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반려인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반려견 학대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 대안으로 동물 미용실에 CCTV(영상정보처리기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에 2019년 8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CCTV 의무화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CCTV 설치'로 동물 반려인의 피해 구제 늘어날까

이처럼 기대를 모았던 '반려동물 복지 개정안'은 2년이 넘어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농수산부는 반려동물 복지 증진을 위한 관련 영업기준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17일 공포했다.

 

내년 6월부터 반려동물 미용실에는 CCTV 의무화 규칙이 시행된다. [사진=게티이미지]


개정안은 동물미용업의 사업장이 "미용 중인 동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녹화된 CCTV영상은 30일 기간 보관해야 한다. 이 규칙은 1년이 지난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동물 관련 사업장 가운데 CCTV 설치가 의무화된 곳은 동물위탁관리업(반려견 호텔 등), 동물장묘업(동물 장례식장)의 화장로, 건조·멸균분쇄시설뿐이었다.

이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반려 동물의 미용 가운데 생긴 피해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려인은 반려견이 미용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인해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고 판단해도,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긴 어려운 실정이었다. 동물커뮤니티 상담 게시판에는 '미용실 사고 소송 문의'에 관한 글이 꾸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을 위한 규칙'들이 다수 도입돼

'뜬장'에 가둬진 채 사육되는 동물의 모습. [사진=동물권행동카라]


이번 개정안에는 '동물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규칙들이 새로 추가됐다. 먼저 동물들이 24시간 생활하는 장소인 '사육설비' 시설에 대한 기준이 강화됐다. 앞으로 사육설비 면적·높이는 법의 의무사항으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사육시설의 높이와 너비는, 최소 동물 몸길이의 2배 이상이 돼야 한다.

개정안은 관행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뜬장' 형태의 사육방식을 금지하기로 했다. 뜬장은 사육하는 동물의 배설물을 쉽체 처리하기 위해 밑면을 구멍으로 뚫어낸 철조망 형식의 사육시설이다. 이런 공간에서 동물은 위태롭게 움직여야하고, 충분한 쉼을 가질 수 없다는 동물단체의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편 개정안은 2018년 3월 22일 전에 설치된 사육시설의 경우에 한해서는, 바닥 면적의 50%의 평판을 넣어 휴식공간을 마련케 했다.
 

버스 트럭에 실려 위태롭게 이동하는 개의 모습.[사진=생명체학대방지포럼]


'자동차에 탄 동물'들을 배려하는 규칙도 담겼다.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에 올라탄 동물은 이동속도에 따라 전후좌우로 충돌하게 된다. 이에 개정안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과 동물이 위치하는 공간을 망·가림막으로 구분하고, 동물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케이지(cage)를 설치하거나 또는 안전벨트를 채우도록 했다.

또한 미용업과 마찬가지로 차량 이동 시기에도 CCTV를 설치하도록 했으며, 운송인력은 2년 이상의 운전경력자가 담당하게 했다. 동물의 운송 전·후로 차량에 대한 소독을 실시해 '동물의 질병 예방'을 하도록 하는 규칙도 추가됐다.

이어 사업자가 동물을 출산시킬 경우, 동물이 출산 후 다음 출산까지의 기간을 8개월에서 10개월로 늘렸다.
 
'새로운 반려동물 트렌드'를 위한 규칙들도 마련돼

지금까지 반려인은 죽은 반려동물을 장례하는 방식으로 화장(火藏)과 건조·멸균분쇄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했다. 하지만 6개월 후부터는 이에 더해 '수분해장(水分解藏)'의 방식이 가능해진다. 수분해장이란 화학용액을 사용해 동물의 사체를 녹이고 유골만 수습하는 방법이다.
 

출장 애견 미용 차량[사진=펫스타홈페이지]


또한 차량을 활용한 이동식 동물 미용업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개정안은 이를 규제하는 차량 설비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물 미용업 차량은 100리터 이상의 급수·오수탱크와 조명·환기장치, 미용기구 소독장비 및 미용작업대(75x45x50cm이상) 등을 갖춰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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