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3)와 박현경(21)이 무지개 언덕(레인보우힐스)에서 마주했다. 나머지 64명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장군'을 외치면, '멍군'으로 응수할 뿐이다. 두 선수는 지금 다른 세계에 있다.
2021시즌 대한골프협회(KGA)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이하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셋째 날 3라운드 경기가 19일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레인보우힐스 골프장(파72·6763야드)에서 열렸다.
전날 밤 선두였던 박민지는 3라운드 결과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아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사흘 합계로는 15언더파 201타로 이틀 연속 선두를 유지했다.
추격하던 박현경은 이날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때렸다. 사흘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선두(박민지)와는 1타 차 2위에 위치했다.
두 선수는 1번 홀(파5)에서 마지막 조로 출발했다. 1번 홀과 2번 홀(파4) 박민지가 두 홀 연속 버디로 '장군'을 불렀다.
3번 홀(파3)과 4번 홀(파4)에서는 박현경이 두 홀 연속 버디로 '멍군'을 외쳤다. 5번 홀(파4)에서는 두 선수 모두 버디를 적었다.
전반 9홀 마지막 홀인 9번 홀(파4)에서는 박현경이 버디를 기록했다.
10번 홀(파5)로 돌입한 두 선수는 나란히 11번 홀(파3)부터 13번 홀(파4)까지 3홀 연속 버디를 낚았다. 굿샷도 실수도 함께였다.
14번 홀 박현경이 보기를 범하며 흔들리나 싶었지만, 15번 홀(이상 파4) 버디로 만회했다.
17번 홀(파3)부터 박민지의 선두 'DNA(유전자)'가 깨어났다. 17번 홀 버디로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홀인 18번 홀(파4) 박민지가 긴(10m) 버디 퍼트를 낚았다. 이로 인해 박민지는 순위표 맨 윗줄을 되찾았다.
'두 선수 중 누구 하나 뛰어났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등한 실력을 뽐냈다. 그리고 완벽하게 앞서나갔다. 나머지 64명과는 다른 골프장에서 힘겨루기하는 모양새였다.
이날 3위에 오른 것은 이정민(29)이다. 그는 이날 5타를 줄이며 사흘 합계 8언더파 208타를 쌓았다. 선두인 박민지와는 7타 차, 2위인 박현경과는 6타 차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 한국여자오픈인 관계로 3위부터 66위까지 선수들이 두 선수를 앞지르는 것은 확률상 희박하다. 우승자가 결정되는 최종 4라운드는 연장 승부나 다름없다. 한 샷, 한 샷이 소중해질 전망이다.
두 선수가 이날 세운 201타와 202타는 2011년 이 대회가 54홀(3라운드)에서 72홀(4라운드)로 변경된 이후 2018년 오지현(25)이 세운 54홀 최저타 기록(205타)을 깬 기록이다.
경기 후 야외 취재구역에서 박민지와 박현경은 "경기하는 모습을 서로 지켜보았지만, 나만의 경기에 집중했다. 내일도 그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미건조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으나, 두 선수의 눈빛은 이미 '순회배'를 들고 있었다.
4위는 놀랍게도 아마추어 황유민(18)이었다. 그는 이날 많은 선수가 점수를 잃는 상황에서 이븐파 72타로 점수를 지키며 사흘 합계 5언더파 211타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베테랑' 장하나(29·5언더파 211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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