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雨中)작별" 빈과일보와 뜨거운 인사 나눈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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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06-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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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신문 발간한 날 사옥 앞에 수백명 지지자 몰려

  • 홍콩 곳곳 신문 판매점 앞에 구매 대기 행렬

  • 국가보안법 1년만에…26년 역사 뒤안길로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가 24일 마지막으로 발간한 신문 1면 [사진=로이터]

‘홍콩인들은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했다.’

24일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마지막 발간 신문 1면은 이렇게 채워졌다. 1면을 가득 메운 사진 속에는 빈과일보 사옥 아래 꽉 들어찬 홍콩 시민과 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직원의 모습이 담겼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빈과일보의 폐간 소식에 지지자들은 전날 오후 10시(현지시각)부터 빈과일보 사옥 앞으로 몰렸다. 빈과일보의 마지막 발간 신문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26년간 빈과일보가 애쓴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신문 판매가 시작되는 자정 이후까지 수백만명의 지지자들은 스마트폰 불빛을 흔들며 빈과일보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24일 새벽 빈과일보 사옥 앞으로 몰린 지지자들. [사진=로이터]

사옥 앞뿐 아니라 홍콩 곳곳의 신문판매점 앞에도 수십,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신문을 2~10부씩 구매했다. 한 여성은 “10부를 구매했다”며 “친구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빈과일보도 독자들과 뜨거운 이별을 준비했다. 마지막 신문을 100만부 넘게 인쇄했는데,  이는 보통 10만부를 인쇄하는 것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부수다.

SCMP에 따르면 빈과일보 직원들은 마지막호의 인쇄가 시작한 오후 11시 45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훔쳤다. 빈과일보의 한 직원은 “독자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기사를 쓰는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이곳은 직장이 아닌 나의 또 다른 집이었다”고 했다.

빈과일보의 폐간은 갑작스러웠다. 빈과일보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자정에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24일이 마지막 지면 발간일”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빈과일보의 홈페이지도 자정부터 업데이트가 중단된다”며 “지난 26년 동안 사랑과 지지를 보내준 독자와 구독자, 광고주와 홍콩인들에 감사한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작별을 고했다.

이는 앞서 이날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 이사회가 “늦어도 26일에는 마지막 신문을 발간할 것”이라고 한 발표 내용보다 이틀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빈과일보 사옥 안에서 지지자들에 환호에 화답하는 빈과일보 직원들. [사진=로이터]

빈과일보의 폐간은 홍콩 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홍콩경무처 국가안전처가 지난 17일 경찰 500명을 동원해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한 것이 배경이 됐다.

홍콩경찰은 빈과일보가 중국과 홍콩 정부 관리들에 대한 외국의 제재를 요청하는 기사를 실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빈과일보 고위 관계자 5명을 자택에서 체포하고, 라이언 로 편집국장 등 2명을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했다.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는 2019년 3개의 불법집회 참여 혐의로 이미 총 2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당국은 라이의 자산도 동결했다.

한편 빈과일보는 지미 라이가 1995년 6월 20일 창간했다. 창간 초반에는 파파라치의 선정적 보도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2002년 둥젠화 초대 홍콩 행정장관이 취임한 이후 정치 문제에 집중된 보도를 내놓으며 중국과 홍콩 정부를 비판하는 반중매체로 자리 잡았었다. 
 

빈과일보 마지막 신문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홍콩 시민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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