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인 김건희씨에 대한 사생활 의혹이 각종 언론을 뒤덮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접객원으로 일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김씨가 과거에 호스티스로 일했으며, 그의 예명은 ‘쥴리’였다는 줄지은 의혹 보도의 기폭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김씨의 ‘의혹 폭로 보도’에 대해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나아가 복수의 변호사들은 이 같은 의혹 보도가 형법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건희씨의 사생활, 공익에 해당할까?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摘示)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부과한다. 김씨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도 이에 대한 보도나 주장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유력한 대권 후보로 언급되는 윤석열 전 총장 부인의 사생활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면, 김씨에 대한 의혹 보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변호사들은 공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뉴로이어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기본적으로 특정성, 공연성 및 명예훼손적 사실의 적시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김씨에 대한 의혹 보도들은) 윤 전 총장의 부인을 ‘특정’했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기사화’했으며, 과거 접대원으로 일했다는 내용을 ‘명시’했기에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보도의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 확인되고, 보도가 공공의 이익 목적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고, 공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가 좀 더 넓게 인정되기는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권 후보자의 아내라는 이유로 그의 출신을 폭로하는 것을 공익의 목적이 있다거나 공적인 사안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이 사안은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전했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 또한 공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존 판례는) 언론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공익성을 근거로) 엄격히 적용해왔다”면서도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라고 해서 부인이 젊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하는 게 공익과 어떤 상관이 있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김씨에 대한 보도는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은의법률사무소 이은의 변호사는 김씨가 호스티스였다는 주장이 구체적 사실적시라고 해도 김씨가 이를 통해 정관계와의 유착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면, 김씨의 사생활 보도는 공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 변호사는 “김씨의 혼전(婚前) 사생활이 전 국민이 알아야 될 일은 아니”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처벌될 수 있고, 민사상 배상청구를 하면 책임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씨의 30일 인터뷰' 인용…명예훼손죄 성립? vs 면책?
양홍석 변호사는 “당사자(김씨)가 (30일 인터뷰를 통해 호스티스 의혹이) 아니라고 얘기했다”며 “당사자가 부인하는데도 직접적으로 그것을 쓰려고 한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관련 의혹을 부인한 김씨의 인터뷰 이후 새로운 근거 제시 없이 의혹 보도가 낸다면 이는 허위사실 적시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다.
반면 강정규 변호사는 “허위 사실 적시에 대한 명예훼손은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법리를 소개하며, 30일 김씨 인터뷰에 대한 후속 보도들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윤 전 총장의 ‘쥴리 사건’은 본인(김씨)이 언급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해당 언급 내용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는 명예훼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김씨의 인터뷰가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한 강 변호사는 “대선후보 부인이 호스티스 의혹이 있다는 내용 자체는 당연히 명예훼손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런데 지금 상황은 당사자 본인이 이미 그 의혹을 언급했기 때문에 그 의혹에 대해 소개하는 형태나 추가적인 의문이 있는지 심층보도하는 것은 가능한 범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의 이같은 시각은 일반인의 법감정과는 다소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자 가족의 사생활이 사생활로 보호되지 않았고 심지어 표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적 문제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김건희씨 관련 소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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