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해 수십억원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74)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최씨가 '책임면제각서'를 쓴 것으로 보아 자신이 의료재단 운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까 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2015년 당시에는 책임면제각서 작성을 이유로 실형을 받은 동업자들과 달리 유일하게 입건되지 않았다.
최씨는 의료인 신분이 아님에도 동업자 3명과 함께 2013년 경기 파주에서 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하면서 2년간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판결 이후 최씨는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됐다.
법정에서 최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이 요양병원 설립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대여했다가 변제 받았고, 의료재단 공동이사장 취임에만 동의했을 뿐 요양병원의 개설 운영 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최씨가 자금을 투자해 요양병원을 개설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동업자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병원을 개설한 사실을 알고도 최씨가 자금 투자를 넘어 의료재단의 설립, 존속 및 운영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최씨가 병원 운영에 관여할 생각으로 개설 초기인 2014년 2월부터(윤 전 총장이 아닌) 사위를 요양병원의 행정원장으로 근무시켰던 사실, 사위가 직원들의 채용을 주로 담당했던 사실 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들을 종합했을 때 "최씨가 (이미 실형을 받은) 세 동업자의 의료법 위반 범행에 대해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최소한 기능적으로 정범으로서의 일정 역할을 함)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2014년 '책임면제각서'를 쓰고 법망을 벗어났던 것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재판부는 "(최씨가) 2014년 5월 동업자로부터 책임면제각서 및 인증서를 받았다는 사정은 피고인의 형사책임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오히려 그 이전에 (최씨가)이 사건 의료재단 및 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을 추단(推斷)케 한다"고 밝혔다. 책임면제각서를 요구한 것이 최씨 스스로 요양병원 운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염려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정으로 이 사건 의료재단 및 병원의 설립·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자신이 법적 책임을 질 염려가 전혀 없다면, 굳이 동업자에게 위 책임면제각서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1심 판결은 최씨의 사기죄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요양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한 의료기관을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한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최씨가 재단 설립 초반 발을 빼기로 결심하고 투자금 회수에 나서 대부분의 돈을 회수했다"며 "그 과정에서 범행을 중단시키거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씨 측은 1심 판결 이후 강력하게 반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