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자료를 분석해 일기예보를 생산하는 것도 슈퍼컴퓨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방대한 유체역학 방정식을 수치해석방법으로 풀기 위해서는 엄청난 계산 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산이 많아 기압이 변화무쌍하게 변화할 경우 날씨 예측은 더욱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슈퍼컴퓨터와 알고리즘을 보강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영국·캐나다·유럽연합(EU)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전 지구적 일기예보에 주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슈퍼컴퓨터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초고성능 컴퓨팅은 데이터 급증과 인공지능의 고도화, 관련 인프라·기술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초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국가혁신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 초고성능 컴퓨팅 경쟁력 세계 5위 달성, 선도기술 24개 확대, 신서비스 10개 창출이 주된 목표다. 이를 위해 인프라 확충, 독자적 기술력 확보, 혁신적 활용을 활성화해 나가는 세 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기술 안보'를 넘어 '기술 선도'를 목표로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핵심 기술을 전략 기술로 선정했다. 1초에 100경번 연산하는 엑사급 풀 시스템을 설계부터 제작·설치까지 독자적으로 이뤄낸다는 방침을 처음으로 설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또한 42개 초고성능 컴퓨팅의 구성 기술 가운데 24개를 추려 프로세서·플랫폼·데이터 집약형 기술·활용 기반 기술로 나눠 중점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데이터를 주요 기반으로 활용하는 데이터 집약형 기술도 도출할 계획이다.
예전의 국토정보가 단순히 지리정보를 제공해 사람이 이용했다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인 국토정보는 이미 달라지고 있다. 국토정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디지털트윈 등과 같은 첨단기술과 융·복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인프라다.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가상세계에서 모의실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여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지진·화재·태풍과 같은 재난재해를 감지하고 취약성을 평가하며 스마트시티 관리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이에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을 구축하고, 드론을 위한 하늘길을 만들며, 자율주행을 위한 고정밀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이것이 디지털트윈 국토로 연결되려면 공간정보와 다른 정보가 결합하고 표준화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슈퍼컴퓨팅을 통해 공공데이터를 통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런 연장선에서 올해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디지털 라이브 국토정보 기술개발사업'과 궤도에 안착한 국토위성(차세대 중형위성 1호) 활용을 위해서는 초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공동 활용할 전문센터와 단위센터가 필요하다. 디지털 라이브 국토정보 기술개발은 가상의 국토정보를 구축·갱신하며,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토대다. 또한 국토위성의 영상은 위치 정확도가 높은 고품질의 정밀 정사영상으로 가공된다. 따라서 초고성능 컴퓨팅 자원은 국토정보 산·학·연·관이 함께 활용할 전문센터·단위센터 거점 기반의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국토정보 슈퍼파워 육성을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 정부 부처가 모두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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