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자가진단키트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CR 검사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지는 자가진단키트가 숨은 감염자를 발생시키면서 감염확산을 초래했다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지나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집단감염에서도 진단키트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문제
청해부대 승조원 중 40여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였을 때, 보급받은 간이 키트로 검사 시에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확진자는 승조원 80%를 훌쩍 넘어섰다.
청해부대에서 사용한 간이 키트는 혈액을 이용해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콧속 분비물 등으로 항원(바이러스)을 검사하는 국내 대부분의 자가진단키트와는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항원 검사 방식의 자가진단키트 역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현재 식약처가 품목 허가한 자가진단키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제품이다. 식약처는 지난 4월, 2개 제품에 대해 추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 등을 7월 23일까지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 허가한 바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이 독일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민감도는 82.5%(33/40명), 특이도는 100%(105/105명)였으며, 휴마시스 제품이 체코와 브라질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민감도는 92.9%(52/56명), 특이도는 99.0%(95/9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업체의 결과와 달리 허가 받은 제품들을 대상으로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검증한 결과 민감도는 41.5%로 나타났으며, 서울대병원 연구팀도 자가진단키트 민감도 연구를 시행한 결과 PCR 검사의 17.5% 수준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실제로는 양성인데 자가 검사상 음성으로 확인돼 일상생활을 하다 추후 증상이 악화돼 PCR검사로 확진된 사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즉, 이번 방역망이 무너진 원인에 자가검사키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강원도의 한 리조트 홈페이지에도 “7월초 한 가족이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이 나와 3일동안 리조트 조식 뷔페, 식당가 등을 다녔는데, 휴가 끝나고 검사하니 양성이 나왔다더라”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근육통과 고열이 있어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했는데 음성이었다”며 “음성이 나왔지만 통증이 계속돼 선별진료소를 가려고 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도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유행 상황에 대한 자가검사의 영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양성인데 (자가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돼서 일상생활을 한 후 나중에 증상이 악화해 확진된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용한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위음성 현황 집계 등 사후 모니터링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을 실책으로 꼽았다.
하지만 업체들은 자가진단키트가 조용한 전파를 통해 4차 대유행을 유발한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순 없지만 최근 델타 변이 급증으로 자사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자가진단키트가 4차 대유행을 유발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데이터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출시 초기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지금도 자가진단키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지만, 선별진료소를 찾기 힘든 사람들에게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등 순기능이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유럽 등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용 중”이라며 “23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성능시험 자료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CR 검사도 증상 초기 음성이다가 양성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애초에 자가진단키트 검사는 확진 유무 판단이 아닌 경증 확진자를 걸러내는 용도인데 PCR검사와 사용 목적이 같다고 생각하니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단검사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앞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음성'을 확인했다고 실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는 표준 진단법인 유전자증폭(PCR) 진단법을 대체할 수 없고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성이 나타나는 경우 반드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이 나와도 감염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있으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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