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백년 전에도 백년 후에도 '낚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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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1-07-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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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윤지은 기자 [사진=윤지은 기자]

잊을 만하면 나오는 폰지사기 사건이 또 불거졌다. 인스타그램 아줌마, 일명 '인줌마'라 불리는 이모씨 사건이다. 인스타그램에 값비싼 외제차, 명품 시계, 가방 사진을 올리면서 주식 고수 이미지를 켜켜이 쌓아올린 여성 이씨가 종잣돈을 불려주겠다면서 팔로워를 유혹, 투자금을 '먹튀'해왔다고 하는데 등장인물만 다를 뿐 흔한 폰지사기 사건이다. 

이씨 사건이 연일 회자되면서, 도대체 왜 그토록 뻔한 수법에 알 만한 사람들이 넘어갔는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자기만의 생각을 적어둔 사람들도 많았는데, 기자는 과거에 읽은 에세이 한 권이 떠올랐다. 속임수에 당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무엇인지 분석한 글이었는데, 핵심이 명확하다. 욕망과 신뢰와 불안, 이 세 가지가 자극받을 때 사기를 당하게 된다는 것.

우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냥저냥 살던 사람도 욕망과 불안을 키우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아침에 눈 뜨면 발제하고 오후 3시면 마감하고 마감하면 다음날 무슨 발제할지 고민하면서 3년 3개월간 내적 평화를 지켜온 기자부터가 달라졌다.

그냥저냥 일한 만큼 벌고 월급 날에 플렉스 한 번씩 하는 걸로 족했는데, 그렇게 지낼 동안 A매체 B모 기자는 주식(가끔 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작년에 주식(코인)으로 돈을 못 벌었으면 바보라고 한다. 이런 얘기를 여러 번 듣고 있자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내 삶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그냥 그렇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쫓기는 기분. 이것들은 기자의 불안을 자극하고 뭔가를 욕망하게 한다. 뒤쳐진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시야도 다소 좁아졌다. 

돌연히 움튼 불안과 욕망은 맹목적인 신뢰로 이어지기 쉽다. 사기꾼의 사탕발림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믿겨서 믿는다기보다 그냥 믿고 싶은 것이다. 믿고 따르면 입안에 가시처럼 돋는 초조함이나, 울컥 차오르는 욕망 덩어리가 약간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폰지사기라는 말이 알려진지는 벌써 백년 정도 됐다. 사기 수법은 특별히 더 교묘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하는 사람은 계속 나오고, 그 수효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나", "바보 같은 것들"이라는 언어로 치부해버리면 그뿐일까. 무엇이 그들의 욕망과 불안과 신뢰를 길어올렸을까. 우리는 과연 그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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