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글로벌 1등 기업’ 만들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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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1-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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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래 먹거리에 절대 강자 없어- , 약육강식과 승자독식 시장구조로 재편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최대 먹거리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 변동이 생겼다. 삼성과 애플의 박스권 선두 자리를 중저가 폰으로 무장한 중국 연합군의 공세가 몇년 전부터 거세다.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을 보면 삼성이 19%로 간신히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샤오미가 17%(전년 대비 83% 증가)로 애플(14%)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3위 자리를 지키던 화웨이가 순위에서 사라진 것이 또 다른 특징이기는 하다. 4〜5위인 오포와 비보를 합치면 중국폰 비율이 37%로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 34%를 넘는다. 오는 9월 애플이 차기 신제품 출하를 앞두고 있어 사상 최대의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 위협한다. 10년 이상 1위를 유지해 온 삼성의 위치가 갈수록 위태롭다. 한때 3위를 유지하던 LG는 아예 나가떨어졌다.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는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스마트폰이 여전히 지구촌 최대의 먹거리라는 위상을 계속 유지해주고 있다. 한동안 감지되던 시장의 위기가 사라진 셈이다. 돈이 되는 것에는 이를 차지하려는 신흥 강자들이 벌떼처럼 덤벼들기 마련이고, 마침내 승자독식의 체제로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절대 강자는 없고, 새로운 강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1년까지 10여년 동안 세계 1위를 지켰던 노키아가 시장 예측을 잘못하면서 속절없이 무너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후 삼성과 애플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고가폰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 연합군의 출현으로 시장이 계속 출렁거린다. 2012년에 처음 두 자릿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보인 중국산이 기능과 가격의 조합을 선제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존 먹거리뿐만 아니고 미래 먹거리에도 일관되게 적용될 전망이다. 구태여 팬데믹을 접목할 필요도 없지만, 과거 시장과는 판이한 양상으로 전개하면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즉,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 등 선진국이 전통적으로 누려 오던 기득권, 즉 프리미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주목된다. 그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술이나 상품이 훨씬 더 혁신적이고 파격적이라는 점이다. 맹목적으로 남의 뒤를 추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시장 변화를 주도하면 우월적 선도자로 졸지에 부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일찍부터 간파하고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중국 기업들이다. 당연히 한국 기업에도 이런 기회는 열려 있다.

계획경제의 중국이 노리는 전략은 매우 선명하다. 글로벌 1등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거나, 1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역전 혹은 추월이 가능한 부문에 힘을 집중한다. 이런 시도가 이미 상당 분야에서 획기적인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세계의 공장 혹은 14억의 큰 내수시장이라는 배경이 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고속철의 경우 종주국인 프랑스는 물론 일본까지 제치고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태양광·풍력도 글로벌 시장의 76%와 55%를 각각 차지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있다. ‘녹색 패권’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는 중국이 세계 시장의 47%를 선점하면서 테슬라와 SAIC, BYD 등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전개 중이다.

국제 표준 선점이 우월적 선도자 지위 부여, 우리에게도 기회 열려 있어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약진이 거세다. 중국 주도의 글로벌 전기차 가치사슬 체계가 구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CATL이 강력한 경쟁자인 LG와 파나소닉을 제치고 졸지에 1등으로 등극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16%로 증가했으며, 올해 5월 말 기준 글로벌 점유율이 31%를 뛰어넘으면서 격차를 벌리는 추세다. 독일 명차의 자존심인 벤츠 탑재에 성공하면서 LG의 자리를 꿰찼다. LG가 CATL과 힘겨운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뒷심이 달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 시장 진출이 봉쇄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결국은 리튬 등 배터리 원료 수급, 품질 격차, 가격경쟁력, 완성차와의 합종연횡 등에서 승부가 갈린다.

6세대로까지 뻗친 6G 시장 선점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5G가 상용화된 지 불과 1년 3개월 만에 중국이 발 빠르게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전반적 상황을 보면 미국과 유럽, 한국과 일본 등 친(親)서방 국가들이 주도해온 이동통신 시장에서 5G를 계기로 중국이 한발 앞서간다. 기술과 통신장비 개발에서 서방 연합군들이 중국의 화웨이나 ZTE 등에 상대적으로 밀리는 판세다. 이에 대응하면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전선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삼성과 LG, 퀄컴에다 유럽의 노키아나 에릭손까지 결합한 ‘넥스트G연합(Next G Alliance)’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독자적 1등이 될 수 없으면 강자들이 선택적 조합을 통해 시장을 방어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에 송두리째 넘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엿보인다.

또 하나의 미래 먹거리 관련 글로벌 화두가 원전이다. 전기는 미래 시장 선점을 노리는 국가들이 최우선으로 챙기는 핵심 인프라다.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국가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법이 적용된다. 한편으론 인류 공동의 적(敵)이 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원전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잠재적 강국들이 원전 비중을 늘려잡는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이에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자 절호의 기회로 삼으면서 한층 박차를 가한다. 먹거리 경쟁에서 이기려면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남이 만들어 놓은 표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우리가 주도하는 국제 표준을 만드는 것이 필연적이다. 1등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셈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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