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막내 두 명이 2020 도쿄 올림픽(이하 도쿄 올림픽) 금메달 물꼬를 텄다. 바로, 안산(20)과 김제덕(17)이다.
제32회 도쿄 올림픽에 새롭게 추가된 양궁 부문 혼성 단체전의 금메달 결정전이 24일 오후 4시 45분(현지시간) 일본 도쿄도에 위치한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렸다.
결승전 결과 한국의 안산-김제덕 조가 네덜란드 스테버 베일러르-브리엘라 슬루서르 조를 상대로 5-3(35-38 37-36 36-33 39-39) 역전승을 거뒀다. 이는 한국의 첫 금메달로 기록됐다.
올림픽 직전 대한양궁협회는 "'랭킹 라운드(순위결정전)' 성적을 바탕으로 혼성팀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컨디션이 가장 좋은 두 선수를 한 조로 내보내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23일 순위결정전이 펼쳐졌다. 여자부 개인 예선이 먼저 진행됐다. 안산이 72발 합계 680점을 쏴 64명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인 장민희(22)와는 3점 차였다.
이어진 남자부 개인 예선에서는 김제덕이 72발 합계 688점을 쏴 64명 중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682점을 쏜 2위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여유 있게 제친 점수다.
순위표 맨 윗줄에 태극기가 걸렸다. 그만큼 혼성 단체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혼성 단체 16강전이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오전 11시 43분 방글라데시를 상대했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6-0(38-30 35-33 39-38)으로 승리했다.
오후 2시 34분 진행된 8강전에서는 인도를 만났다. 겁 없는 막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6-2(35-32 38-37 35-37 36-33)로 승리했다.
휴식 시간을 뒤로하고, 오후 3시 31분 4강전에 나섰다. 4강전 상대는 멕시코였다. 첫 세트는 37-37로 동률이 됐다. 멕시코 여자 궁사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2세트에서 한국은 3개의 10점과 1개의 9점을 쐈다. 반면, 멕시코는 8점으로 흔들렸다. 결국 한국이 승리 점수 2점을 먼저 획득했다. 세트 포인트 3-1인 상황.
3세트로 이어졌다. 한국은 3개의 10점을 쐈지만, 멕시코는 2개의 10점을 쐈다. 결국 한국이 5-1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처음 출전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경기력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막내들이 이룩한 쾌거였다. 하지만, 막내들은 은메달에 만족할 수 없었다. 내친김에 금메달을 바라봤다.
집중력이 떨어질 만한 오후 4시 45분. 결승전이 시작됐다. 첫 세트는 네덜란드가 35-38로 가져갔다. 2점을 먼저 내준 상황에서 '고교 궁사' 김제덕이 소리를 지르며 안산을 응원했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응원 덕분일까. 한국은 두 번째 세트를 37-36으로 따냈다. 세트 포인트 2-2인 상황. 기세가 오른 한국은 첫 화살을 10점 과녁에 맞혔다. 흐름을 탔다가 흔들렸지만, 더 흔들린 것은 네덜란드 선수들이었다. 36점밖에 못 쐈지만, 네덜란드(33점)를 3점 차로 따돌렸다.
4-2인 상황에서 4세트로 이어졌다. 비기거나 이기면 금메달을 확정 짓는 상황. 한국은 첫 화살에서 10점을, 네덜란드는 9점을 기록했다. 두 번째 화살과 세 번째 화살은 두 조 모두 10점을 쐈다. 마지막 4번째 화살. 네덜란드가 10점을 쐈지만, 한국이 9점을 쐈다. 39-39 동점으로 세트 포인트 1점을 따내며 5-3으로 금메달을 확정 졌다.
안산과 김제덕은 스태프들과 함께 환호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두 선수는 서로의 목에 금메달을 걸었다. 겁 없는 막내들이 사고를 쳤다.
안산은 올해로 20살이다. 광주여자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는 올림픽 출전 전 인터뷰에서 "목표 순위는 1위다. 하나라도 1위를 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지도자에겐 좋은 제자, 선수에겐 좋은 후배, 후배에게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제덕은 안산보다 3살이 어리다. 경북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 역시도 올림픽 전 인터뷰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양궁이라는 운동에 김제덕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 안산과 김제덕의 꿈은 이루어졌다. 금메달로 자신들의 이름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았다. 경기 이후 김제덕은 "3년 차인 나에게는 영광이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겁 없는 막내들 덕분에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의 사기가 오르고 있다. 금메달 물꼬가 텄다. 한국 최다 금메달 기록(13개)을 넘기 위한 사냥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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