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26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에 대한 대출금리 상향에 나선다. 우량 신용대출 상품인 신나는직장인대출, NH튼튼직장인대출의 최초 신규 대출자에게 제공되던 0.1% 우대금리 혜택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또 전세대출 이용자 중 카드 이용실적, 급여 이체자 등에게 제공되던 우대금리를 폐지해 고객들이 체감하는 금리 수준이 기존보다 최대 0.3%포인트 높아지게 됐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달에도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MCI·MCG 상품은 소액 임차보증금만큼 차주가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역할을 해왔던 만큼 상품 판매 중단은 사실상 대출한도 축소를 의미한다. 해당 은행은 최근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여타 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더 내렸다. 우리은행도 최근 신용대출 우대금리 제공을 위한 실적 기준을 높였다. 이에따라 그동안 급여이체 실적 월 50만원 이상이면 받을 수 있었던 우대금리 혜택을 월 100만원 이상 고객만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용카드 결제실적 역시 3개월 합산 기준 50만원에서 매월 30만원 이상 결제 시에만 적용 가능해졌다.
은행권이 이처럼 가계대출 관련 문턱을 높인 것은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고 그에 따른 당국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서다. 올해 6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30조4000억원으로, 5월 말 대비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대출금리에 선제 반영돼 가계대출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강화 움직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종합 대출태도지수는 올해 3분기 -3(전망치)으로 2분기(7)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졌다. 3분기 대출심사 조건을 강화하는 등 방식으로 대출을 조이겠다고 대답한 은행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초저금리 환경이 사실상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그에 발맞춰 상품 한도 축소나 금리 인상, 판매 중단 등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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