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에 경사가 났다. 올림픽 최초 단일 종목(양궁 부문 여자 단체전)에서 9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양궁 부문에서 독보적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 됐다.
9연패의 시작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다. 당시 김수녕, 왕희경, 윤영숙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한국 여자 양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경험이 있던 김수녕이 이은경과 조윤정을 이끌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뒤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김수녕이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경욱, 김조순, 윤혜영이 금맥을 이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김수녕이 돌아왔다. 그는 김남순, 윤미진과 호흡을 맞추며 단체전에서 금빛 과녁을 맞혔다. 김수녕이 목에 건 3번째 단체전 금메달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박성현, 윤미진, 이성진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박성현, 윤옥희, 주현정이 금빛 행진을 이었다.
2012년에는 기보배가 등장했다. 그는 이성진, 최현주와 출전한 런던 올림픽과 장혜진, 최민선과 출전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이하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양궁협회는 공을 들였다. 올림픽 최초 단일 종목 9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1년이 연기돼도 문제없었다. 신안군 자은도와 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대회장인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재현해 냈다.
끝없이 훈련했다. 그리고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궁사는 총 3명(안산, 장민희, 강채영)이다.
24일 도쿄 올림픽에 새롭게 추가된 양궁 부문 혼성전에서 안산(20)과 김제덕(17)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효하는 김제덕이 선수단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다음 날인 이날(25일) 오후 2시 8분(현지시간) 1번 시드를 받은 한국은 8강전에 직행해 이탈리아를 상대했다. 6-0(58-54 56-52 56-49)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는 벨라루스였다. 오후 3시 17분 안산의 첫 화살이 9점에 박혔다. 첫 세트는 54-52로 2점, 두 번째 세트는 57-51로 2점, 세 번째 세트는 53-53으로 1점을 따내며 5-1로 승리했다.
오후 4시 40분 금메달 결정전으로 향했다. 금메달은 물론이고, 올림픽 최초 단일 종목 9연패를 위해서다. 상대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였다.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징계(도핑 샘플 조작)로 2년 동안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그 결과 자국기가 아닌 ROC기를 들고 출전했다.
안산이 언니들을 리드했다. 1세트에 2개의 9점, 2세트에 2개의 10점, 3세트에 9점과 10점을 쐈다.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선봉에 선 안산의 리드로 1세트 55-54, 2세트 56-53, 3세트 54-51로 6-0 대승을 거뒀다.
강채영(25), 장민희(22), 안산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금메달을 쟁반에 받치며 등장했다. 한 명, 한 명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쟁반을 내밀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마스크를 벗은 3명의 궁사는 국민을 향해 손 하트를 날렸다.
한국이 양궁 부문 여자 단체전에서 9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안산은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겁 없는 막내', '겁 없는 MZ세대'라 불린 그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는 3관왕에 도전한다.
아직 어린 나이라 2024년, 2028년 올림픽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강채영은 '비운의 궁사'라는 꼬리표를 5년 만에 뗐다. 그는 2016년 4월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1점 차로 떨어졌다. 이번 금메달로 설움을 말끔히 씻게 됐다.
한편, 9연패 금자탑 소식에 실시간 시청률도 대박이 났다. 채널별로는 SBS 6.28%, MBC 5.88%, KBS 2TV 4.05%로 총합 16.21%의 시청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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