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외교 열쇳말 찾기] 北·中·美 움직일 지렛대는 결국 '한·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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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박경은 기자
입력 2021-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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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지상중계] 꼬인 외교 이렇게 풀어라

 

[사진 = 아주경제]



차기 대통령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정부의 외교 환경은 도전을 더하고 있지만, 대선 후보 중 누구도 '대전환 시대'에 대비한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칙 없이 끌려다니다가는 힘의 관계로 점철된 동북아 정세 속에서 때마다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념이 아닌 실용 노선을 기반으로 한 가치판단과 대통령의 리더십이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열쇠라고 단언했다. 이에 본지는 총 5회 기획을 통해 차기 정부가 짊어질 K-외교의 열쇳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주> ​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면서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 한국 정부는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내년 2월 베이징(北京)동계올림픽 계기 '남·북·미·중 간 4자 회담'의 중재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북한 문제만큼은 협력할 사안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꼬인 외교 관계까지 풀 수 있는 핵심 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실용적이고 일관된 원칙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만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외교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나치게 성과주의에 매몰될 경우 차기 정부의 부담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지는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상 가나다순, 이하 호칭 생략) 등 외교 전문가 4인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지상 대담을 준비했다.  

▲<운신 폭 넓어진 남북 관계> "연락선 재개··· 대화 성과로 이어져야"

-북한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소통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신범철= "통신연락선 복원은 그간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다. 또 북한의 입장에서는 8월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해 보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고,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 하반기 대외관계 개선을 위한 포섭도 반영된 조치다."
 
정성장= "한국 정부는 그동안 야권과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금지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조 바이든 정부가 처음에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한국정부가 꾸준히 설득한 결과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했다. 이 같은 한국정부의 노력과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있나. 향후 과제는.

정성장= "코로나19 상황으로 남북 화상회담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 8월로 예상된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준비 중인 백신 등 인도적 지원도 논의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년 초에 가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남북관계를 먼저 복원해 놓으면 그때 정부가 지원을 해도 논란이 없다."

신범철= "남북 화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화가 개시되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에 수많은 과제가 있다. 다만, 대화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등에 대한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북한이 먼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이준한= "추석 전까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해야 내년 2월에 있을 중국 베이징 올림픽의 남북 공동행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게 안 되고 통신선만 연결돼 있으면 지지부진하다가 끝난다. 만약 내년에 보수정권으로 교체될 경우 상황이 더 안 좋게 흘러갈 것이다."

신각수= "향후 식량이나 비료 등 경제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조율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 정부는 더 지원해주고 싶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받고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 

◆<청신호 켜진 한·미 관계> "북핵 위협 실재··· 동맹 강화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동맹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각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안보 정책이 돌아왔다. 한국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 중국, 일본,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것이다. 차기 정부는 한·미 동맹을 주축으로 주변국과의 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

신범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결국 한·미 동맹 강화로 방향을 잘 잡았다. 다음 정권도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우리에게는 북한 위협이 실재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이준한= "미국에서 민주당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조화로운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내년 3월 차기 대선에서 한국에도 민주당 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조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쿼드(QUAD) 참여 등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 참여 압박이 계속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신범철= "쿼드와는 첨단기술, 기후 변화,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분야별로 세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특히 개방성을 강조하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 (쿼드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협력체가 아닌,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체라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준한= "차기 정부가 쿼드에 참여할 경우 인도가 하나의 슬기로운 모델이 될 것 같다. 인도는 현재 (미·중 갈등 속) 한국이 취하고 있는 스탠스(자세)와 유사하다.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어 한 나라를 배제하고 압박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경제·인도적 협력, 방역 협력 등은 한다는 입장이다."

정성장= "미·중 가운데 어느 한 국가를 선택하거나 줄서기를 하는 것은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익에 맞는 실리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미·중 간 협력을 이끄는 게 우리의 국익에 맞는다. 쿼드와는 사안별로 협력해야 한다." 
 
◆<복잡한 한·중 관계> "중국 역할 커졌다··· 4자 회담 추진해야"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 비핵화 문제는 협력할 수 있다고 한다. 향후 중국 역할과 우리 정부의 외교 방향은. 


신각수= "중국은 북핵 문제를 '대미 카드'로 쓰고 있다. 미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도 협력할 수 없다는 식이고, 북한 역시 중국 지원만 있으면 생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 (다자회담 등) 한국 정부도 어려울 수 있어 이를 고려한 외교전략을 짜야 한다."

정성장= "중국 역할이 중요해졌다. 북한 비핵화는 남북, 북·미 간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북·미·중 4자 회담'의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은 북한을 설득해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당장 북·미 간의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북·미 양국 정상이 세 번이나 만났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없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양자 간 접점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과 중국이 북한,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현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면 희망이 없다. 과감하게 북핵 4자회담으로 협상의 틀을 바꿔야 한다."
 
신범철= "다자협상이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한·미 간 중재를 잘하고 있지만, 당장 북한과 중국이 나올 가능성이 작다. 특히 중국 내정 간섭은 주의해야 하는데,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한국 정부가 양쪽을 오가는 외교를 세심하게 해야 한다. "

◆<캄캄한 한·일 관계> "차기 정부, 한·일 과거사 해법 내놔야"

-한·일 정상회담이 거듭 무산되는 등 대일 외교가 심각한 상황이다.

신각수= "정부가 일본에 대해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다. 외교를 냉정하게 해야 한다. 우리 국민도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 대외정책도 결국 여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이 행동하고 사고하는 수준만큼의 외교를 정부가 할 수 있다."

이준한= "당분간 한·일 관계에서 급격한 변화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본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 다수 국민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본에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양국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한·일 관계 악화에는 일본 정부 책임이 가장 크지만, 한국 정부도 일정 책임이 있다. 위안부 문제와 징용 피해자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피해 배상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 양국 간 위안부 문제가 지나치게 쟁점화됐는데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신각수=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투트랙 정책을 강조했다. 한국 대법원 판결로 과거사 문제가 재부상했으니 우리가 먼저 손을 써야 했다. 차기 정부는 진정으로 투트랙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국내 여론을 잘 수렴하고 외교 현안으로서 해결해야 한다."

신범철= "(과거사 갈등과 관련한) 외교적 해법은 한국이 준비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그대로 따를 경우) 한국이 1965년 일본과의 청구권 협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양국 모두 교섭에 응하고 부당한 경제제재를 철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성장= "새 정부는 당위론적, 피해자 위주 관점에서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규범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북한에게 남침에 대해 사죄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그럼에도 (남북 간) 정상회담도 했다. 일본에도 역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은 규탄하고 또 국민에게 교육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양국 갈등을) 외교로까지 비화시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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