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국력'인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대학이 무너지게 생겼다. 사교육과 해외유학은 여전히 성행하고, 대선 주자들은 당대 젊은 층을 대변한다며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지만 사장되거나 합의 없이 추진되기 일쑤다. 이에 본지는 총 6회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의 참의미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
풍자라기엔 사실 그대로의 말이다. 일부에서는 20세기 교실과 19세기 교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홍준형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 위원장(행정대학원 교수)은 이 문구에 빗대어 "21세기 학생을 위한, 21세기 교육을 향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며 "학부대학 육성과 초당적·초정권적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
풍자라기엔 사실 그대로의 말이다. 일부에서는 20세기 교실과 19세기 교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홍준형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 위원장(행정대학원 교수)은 이 문구에 빗대어 "21세기 학생을 위한, 21세기 교육을 향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며 "학부대학 육성과 초당적·초정권적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대학 등 전향적 고등교육 정책 필요
또 부의 대물림 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고 봤다. 그보다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데이터 경제로 대표되는 21세기 환경에서 낡은 교육 틀을 혁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교육 문제를 해결하면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척결할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단순 논리"라며 "교육정책에 대한 불평등 영향평가는 필요하지만 교육시스템을 뜯어고쳐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정치적 모험주의는 되레 교육개혁에 대한 혼란과 적대적 반발만 조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전향적인 고등교육 정책이라고 전했다. 그는 "고등교육 경쟁력은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요인으로, 이를 강화하기 위해선 '대학 자율성 보장'이 요구된다"며 "학생 선발과 학사운영, 재정 등에서 대학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고등교육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0.6%에 해당하는 재정 지원을 1%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 양성 비용보다 많이 드는 선발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대학 교육 혁신 대안으로는 학부대학을 제시했다. 지역 균형 신설 또는 기존 대학 시스템 개편을 통해 10년 이내 최소 10개 이상 학부대학을 신설·육성하자는 취지다. 이는 자유전공학부 같은 융합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학부대학은 대학 1~2학년 때는 교양 체득과 스스로 연구과제를 세워서 발표하는 훈련, 아이덴티티 함양 등에 초점을 맞추고, 3학년부터 전공 교육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홍 위원장은 "역대 서울대 총장들이 학부교육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제도적 한계에 부딪혔다"며 "학부대학은 입시 과열과 학벌 문제 속에 기초교육은 잘 안 되고 대학은 부실화하는 악순환을 끊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는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정책·대학 노력 맞물려야···"대세는 융합전공"
그는 내년 7월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정치적 편향성·옥상옥(屋上屋)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백년대계에 해당하는 교육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기구라고 밝혔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 중 하나인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 교육제도 개선 △국가교육과정 기준 수립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조정 등을 핵심 역할로 한다. 홍 위원장은 "초반에는 교육부와 역할이 중첩될 수 있다"며 "국가교육위원회가 전문성, 돌파력, 자율성을 확보해 정권따라 돈을 갖고 시어머니 역할을 해온 (교육부) 관행을 끊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 서울대도 진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1년 법인화가 그 첫걸음이었다. 다만 조직·인사 유연성, 운영 자율성 등 긍정적인 측면에 비해 구성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크지 않다. 나민주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와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무엇이 변화되었나? 내부 구성원의 인식과 경험적 탐색 분석'에 따르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공통적이었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최근 4차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을 비전으로 내세운 오세정 총장 뜻에 따라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을 설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분야·교수별 혁신교육 실험을 전개하는 장(場)"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국가 발전 코어(core)가 돼야 한다"며 "미국 베리아 칼리지(Berea College)와 같이 사회적으로 '가고 싶은' 대학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균형을 위한 유인책(산업 유치·지역 연계형 수학 기회 보장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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