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내년 3·9 대선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대선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에 대한 여권의 검증 공세도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 전 총장은 1일 서울 여의도의 정치 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상상23 오픈 세미나’에 참석했다. ‘하우스’는 국민의힘 소장파 전·현직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협동조합 카페다. 2일 오전엔 초선 국회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연한 뒤 이준석 대표를 예방할 예정이다. 이후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등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는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거리를 둬왔던 만큼 접촉면을 넓히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 가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을 플랫폼으로 삼아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8월 말 출발하는 이준석 대표의 ‘정시 버스론’에 화답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장외 유력 주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제3지대의 공간은 사실상 없어졌다. ‘DJ 적자’로 평가받는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곧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변수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합당 정도다. 이 대표는 이번 주를 합당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안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자 더욱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안 대표가 당헌·당규를 개정한 뒤 독자 출마해도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여야의 검증 공세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및 검찰총장 시절의 과잉 수사 논란,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 등이 쟁점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시절 자신이 지금 입당한 그 당이 창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을 국정농단 세력으로 구속하고 수사했던 사람”이라면서 “많은 모순과 이념적 혼돈에 대해 정리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쥴리 벽화’와 관련,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사회적 폭력”이라면서도 “윤 전 총장에게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기는 것은 준 만큼 돌려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들에 들이댄 수사의 기준이 그대로 윤 전 총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검증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견제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MBN에 출연, “신비주의 베일을 벗기 시작하면 지지율은 충분히 출렁거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전략과 정책으로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분명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아직 아무런 ‘비전’을 보여주지 않았음을 직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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