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켐은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의 아내 김미혜씨가 대표로 있는 보일러부품 제조 업체로, 이른바 내부 거래로 급성장한 알짜 기업이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는 국세청이 지난 4월 중순 귀뚜라미홀딩스와 귀뚜라미홈시스 그리고 귀뚜라미 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본지 4월 21일자 단독보도)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동원, 나노켐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해 이달 말까지 일정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나노켐의 경우 귀뚜라미홀딩스 등 일부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일감몰아주기 및 편법 증여 의혹 그리고 탈세 여부 등에 조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귀뚜라미홀딩스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달 중순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노켐에 대한 세무조사는 앞서 진행된 귀뚜라미그룹 계열사 조사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귀뚜라미홀딩스에 대한 과세당국의 처분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거액의 추징금 외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검찰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 안팎에서는 나노켐에 대한 세무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나노켐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전담, 지휘하는 과장이 국세청에서도 몇 안 되는 여성 ‘조사통’ 중 한명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 귀뚜라미 계열사에 전방위 세무조사··· 왜?
국세청이 올 들어 귀뚜라미 계열사에 대해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귀뚜라미가 최진민 회장 일가의 가족 회사 형태로, 그동안 여러 가지 편법 증여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귀뚜라미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오너 일가의 더 큰 수익 창출과 지배력 확보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특허권이나 해외부동산을 통한 편법 증여 의혹도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에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나노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469억원 중 468억원이 귀뚜라미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99.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467억원은 2019년 귀뚜라미홀딩스(구 귀뚜라미)에서 분리된 귀뚜라미로부터 나왔다. 조사 범위를 최근 5년으로 확대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노켐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올린 매출액 2368억원 중 98.9%인 2343억원이 내부거래로 이뤄졌다.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 95.9%를 기록한 후 더욱 높아져 2017년 99.5%, 2018년 99.8%, 2019년 99.6%, 지난해 99.8%에 달한다.
다른 계열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해 매출액 280억원 중 20.4%에 달하는 57억원을 내부거래로 거둬들였다. 2019년 귀뚜라미홀딩스에서 분리된 귀뚜라미도 428억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시켰다. 지난해 매출액 2813억원의 15.2%에 해당한다.
귀뚜라미홈시스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한 기타 수익이 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1.7억원의 약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귀뚜라미범양냉방과 신성엔지니어링 역시 지난해 전체 매출 대비 각각 48.6%, 25.6%에 달하는 797억원, 399억원을 내부거래로 창출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비상장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이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오른다.
◆최진민 회장, 아들에게 특허권 편법증여 의혹
최진민 회장의 아들이 보유한 특허권이 편법증여라는 의혹 역시 귀뚜라미그룹에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귀뚜라미 그룹은 최 회장을 비롯해 아들 최성환·영환씨 등 오너 일가가 보일러 개발과 관련된 특허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 회장은 보일러 분야에서 수백건, 성환·영환씨도 각각 수십개의 보일러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검색된다.
최 회장 일가는 이를 토대로 매년 특허권 사용료를 귀뚜라미로부터 받아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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