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국회 소추위원으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임 전 부장판사는 두 번째 변론기일에 이어 이날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앞선 공판에서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피청구인 신문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해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가 당일 출석하지 않는다면 신문이 불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임 전 부장판사가 불출석함에 따라 피청구인 신문은 진행하지 않았다.
재판에서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소추 사유가 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재판 개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의 판결 내용 수정 지시 ▲프로야구 선수 원정도박 사건 재판 등이 주된 쟁점이 됐다.
국회 측은 임 전 판사가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①법관의 직무평정과 사무분담에 관여했고 ②부장판사로서 사건직후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던 것 등을 비춰봤을 때,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법관들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국회 측은 "수석부장이 사건을 보고받은 것 자체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보고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 피청구인의 '관여행위'가 있었다는 게 문제"라며 임 전 부장판사가 "(민변 판결문) 내용을 확인하고 기자들에게 배포를 중단시킨 후에 '판결 이유'를 변경하게 하거나, 야구선수 도박 혐의 재판은 공판 회부 결정을 한 판사를 불러 공판을 번복하게 해 결국 약식명령을 발령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임 전 부장판사가 후배 법관들의 '업무 점수'를 매기는 위치에 있었으며, 후배 재판장들의 판결 내용도 소상히 조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국회 측은 당시 임 전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가 추진 중인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가토 다쓰야 재판에 개입한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장과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거의 매일 통화하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곽 비서관이 임 처장에게 재판 관련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임 전 처장이 검토해서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 사건의 재판장을 불러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전달했지만, 행정처 지시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스스로 부적절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재판을 거래의 도구로 활용하는 일은 묵과할 수 없음에도 이를 문제로 인식한 법관이 없었다는 것이 바로 '탄핵 소추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 측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일부 내용만으로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며 반박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변론 내내 '호형호제' '형님·동생 하던 사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국회 측이 주장하는 재판 개입 의혹은 개인적 친분을 토대로 한 선배 법관의 '조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진 사건의 담당 판사들이 모두 형사재판 과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관여'나 '압력'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그리고 최종 결론은 재판부 합의에 따라 내렸다고 진술한 사실도 부각했다.
판결문 등록 이후 문구를 수정하도록 한 민변 사건의 경우 '실무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조회해보니 판결문을 등록한 뒤에 일부를 수정해 재등록하는 경우가 매년 4000건 이상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국회 측이 재판 개입이 가능하다고 본 법관의 직무평정 권한은 형사수석부장이 아닌 법원장의 권한이며 이는 형사재판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 측의 증거조사가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임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본안 심사 자체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한편 지난 2월 28일 퇴직해 현재 판사 신분이 아닌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할 수 있는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 만료일인 2월 28일부터 파면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등 소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헌법상 탄핵의 목적은 '공직' 탄핵에 있으며, 퇴임한 판사를 파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심판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기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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