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전화를 통해 아프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과 통화에서 “아프간의 현 상황은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탈레반은 질서 있고 포용적인 정부를 수립해야 하며, 중국이 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아프간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의사소통하고 대화할 의지가 있다”며 “아프간이 평화를 재건하는 데 미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왕 부장은 “중국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현대 국제 체제의 중요한 참여자이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글로벌 문제에서 협력을 수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미국은 중국을 고의적으로 억압하고, 정당한 권익을 해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은 미군 철수가 진행 중인 와중에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을 점령함에 따라 자국민 대피에 비상이 걸리는 등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지난달 28일 왕 부장이 탈레반 이인자 물라 압둘가니 바라다르를 만나는 등 탈레반과 상대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맺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탈레반의 수도 카불 함락 후 아프간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중국이 아프간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향후 중국이 탈레반 정부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됐다.
한편 이날 블링컨 장관은 왕 외교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통화를 하고 아프간 문제를 논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이 블링컨 장관에게 아프간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하고, 아프간의 질서와 치안 유지를 위해 그곳의 정치 세력과 접촉하고 있음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라브로프 장관은 왕 부장과 통화에서도 아프간 상황에 대한 정치적 조율을 했다고 러시아 외무부는 전했다.
탈레반은 전날 수도 카불을 손에 넣고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는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선언한 지 4개월 만의 일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진격해오자 국외로 도피했으며,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몰려든 탈출 인파로 현재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