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형 보험상품은 사실상 위험에 대비한 보장성 상품 성격보다는 약간의 돈을 내고 더 많은 보상을 받아내는 이벤트 상품에 가깝다. 보험사 역시 높은 가성비를 내세워 MZ세대 고객을 모객하는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는 성향이 강하다. <데일리동방>이 최근 주목받는 구독형 보험상품에 직접 가입해 관련 혜택을 체험해 봤다.
기자는 월납보험료 9500원짜리인 ‘LIFEPLUS GS25편맥구독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보험계약 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지급금액 9500원에 사망시점의 계약자 적립금을 더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사망 원인은 크게 따지지 않는다.
사실상 사망보험금 지급 여부는 크게 관심이 없다. 기자가 이 상품에 가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평소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자주 구매하는데, 이 보험상품이 맥주 4개를 9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편맥구독보험’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매월 보험료 9500원을 납입하면 매월 GS상품권 9000원과 맥주할인쿠폰 1000원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보험료 9500원보다 500원이 더 많은 1만원짜리 쿠폰을 지급받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이익을 보는 구조다. 여기에 1년 만기 시 지급되는 환급금 6000원과 이자는 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월 GS25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인 THEPOP리워즈 1500점도 추가로 제공한다.
먼저 보험상품 가입을 위해 스마트폰을 켜고 포털 검색창에 ‘한화생명 구독보험’을 검색했다. 스크롤을 내리자 검정색 재킷에 겨자색 꽃무늬 셔츠를 입은 배우 이동휘가 오른손 검지를 치켜든 채 구독형 보험상품에 가입하라고 유혹하는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동휘의 얼굴을 터치하자, 한화생명 구독보험 전용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 창안에는 구독보험 상품(편맥보험, 이마트보험, 밀키트보험) 시 얻을 수 있는 연간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이동휘가 출연한 상품 홍보영상이 담겼다.
특히, 한화생명 구독보험 전용 페이지 안에서는 △이마트 △GS편의점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받을 수 있는 즉석당첨 퀴즈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소비자가 가볍게 도전해볼 수 있었다. 기자는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이벤트를 공유했는데 어디서도 당첨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기자 역시 즉석에서 '꽝'을 확인했다.
구독보험 상품가입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별도 페이지 내 가입(구독)하기 버튼을 누르면 한화생명 비대면 플랫폼이 ‘온슈어’로 이동해 가입절차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기자를 반긴 건 각종 확인·동의를 묻는 항목들이었다. 휴대폰 본인확인서비스 동의, 예금자보호여부 확인, 가입설계를 위한 개인정보처리, 계약체결 및 이행 등을 위한 동의 등 항목이 다양했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품소개 등을 위한 동의(선택)이다.
이 항목을 동의해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가입자는 주기적으로 한화생명의 보험권유 전화와 문자를 받게 된다. 기본 보유 및 이용기간이 5년으로 설정돼 있는 만큼, 한화생명은 5년간 가입자에게 보험가입 등을 유무선으로 권유할 수 있다. 한화생명이 큰 이익이 없는데도 구독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보험가입을 위한 필수항목에 확인·동의하자,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름과 직업, 주소를 입력하니 생소한 질문이 나왔다. “당신은 현재 금융전문소비자이신가요?” 보험가입 절차에 금융전문소비자를 묻는 질문이 삽입된 건 지난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금소법이 정하는 6대 판매원칙(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이 금융전문소비자와 일반금융소비자에 각각 다르게 적용되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문금융소비자는 보험설계사, 보험중개사 등 상품계약에 따른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자를 의미한다.
금융전문소비자 확인절차를 거친 후에는 본인인증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의 특정 숫자를 입력하면 인증이 완료되는 방식이다.
기자는 지갑 속 운전면허증을 꺼내 상단의 번호를 확인하고 기입했다. 운전면허증의 인증방식은 발급 지역명 또는 숫자를 기입하고, 면허증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하지만 지역명을 서울로 설정하고 운전면허증 번호를 기입하니 “신분증 정보를 다시 입력해주세요”라는 오류 알림창이 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시도해도 인증이 완료되지 않았고, 한화생명 콜센터에 전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콜센터 상담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운전면허증 속 지역이름 대신 지역숫자(서울 23)를 설정해 가입하라는 답을 받았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면 귀찮은 반복작업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소비자들이 기자와 같은 불편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센터 직원의 안내대로 진행하니 인증이 완료되고, 상품설명서, 약관 확인 절차가 나타났다. 마지막 단계로 해피콜이 진행됐다. 해피콜은 보험업법에 따라 가입여부와 서류수령을 확인하고 상품의 주요내용을 안내하기 위한 절차로, 보험가입의 마지막 관문이다. 해피콜을 마치니 가입절차가 정상 처리됐다는 알림창과 함께 카카오톡에 보험가입 완료 메시지가 전송됐다.
보험가입 완료와 동시에 GS25 편의점 상품권과 맥주 할인 쿠폰이 지급될 줄 알았지만,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익월부터 지급된다고 한다. 맥주를 교환할 상품권과 할인쿠폰을 곧바로 제공받지는 못했지만, 가입 완료 시 30일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더팝플러스 한끼+(30일권)가 즉시 제공됐다.
월 보험료 9500원으로 매월 1만1500원 상당의 편의점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GS25 편의점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아쉽다. 집 인근에 GS25 편의점이 없다면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제공되는 더팝리워즈 역시 GS25 편의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상황은 같다. 보험가입 시 별도로 지급되는 더팝플러스 한끼+(30일권) 사용권도 마찬가지다. 큰 수고 없이 매월 2000원, 1년간 2만4000원을 번 것 같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한화생명의 구독보험은 김동원 부사장이 상품 기획 단계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해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처음 보험을 가입할 때는 영업용 미끼 상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상품에 가입해 꼼꼼히 살펴보니, 이 구독 상품은 당장 몇천원이 아쉬운 젊은 세대에게 꼭 필요한 혜택을 제공해 보험상품이 갖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려는 숨은 노력이 돋보이는 상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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