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충당금 2.1조원의 그늘···대형 조선 3사, 수주 대박에도 상반기 직원 1400여명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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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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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감이 많아진 국내 대형 조선사가 오히려 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판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탓에 2분기 나란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일감이 몰리는 상황에서 인력 부족으로 국내 조선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대형 조선사(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임직원 수는 3만1994명으로 지난해 말 3만3403명에서 1409명(4.22%) 줄었다.

지난해 12개월 동안 임직원이 806명 줄었으나 올해는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운 인원이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올해 1분기 1223명이, 2분기 186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는 최근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수주 실적과는 큰 차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산업은 글로벌 발주량 2402만CGT의 43.59%인 1047만CGT를 수주했다. 이는 글로벌 1위인 중국(1059만CGT)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는 수준이다. 국내 수주량 규모는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와 수주 실적의 방향성 차이에 대해 조선업 관계자들은 최근 수주가 당장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탓이라는 설명이다. 선박의 경우 수주 후 설계부터 건조, 인도까지 1~2년의 기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조선사는 선박 건조 진행률에 따라 수주금액을 나눠 받는다. 때문에 최근 수주 실적이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것도 인력 감축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형 조선사는 지난해까지 65만원 수준이었던 후판 가격이 115만원 수준까지 급등한 것 때문에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했다.

현대중공업은 8973억원, 삼성중공업은 3720억원, 대우조선해양도 약 8000억원의 충당금을 2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합계 2조1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 결과 국내 대형조선사는 2분기 나란히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정년을 맞이한 근로자가 대거 퇴직했지만 신입 직원들을 채용하지 못한 결과"라며 "최근 수주 실적이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에 신입직원을 대규모로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지금 같은 호황기이자 산업의 격변기에 인력 부족으로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친환경·스마트 선박에 대한 발주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칫 인력이 부족해 일감을 소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현장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전문 인력에 대한 채용·투자를 소홀히 생각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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