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위드코로나’는커녕 백신 동냥 쩔쩔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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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8-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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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산업2부 차장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미국과 영국 등 코로나19 백신 종주국에 비해 의료기술력이 뒤처지는 것은 물론 국격이 약해 화이자나 모더나사의 백신을 우선 공급받지 못하는 현실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야권이 주장하듯, 코로나19 확산 초기 하늘길과 바닷길을 원천봉쇄하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어떤 로비를 벌여서라도 예산을 대거 투입해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않은 정부의 무능력을 탓할 수 도 있겠다.

물론 코로나19 확진 규모와 사망자 수를 단순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 인도,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K-방역’이 나름대로 성공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올림픽 개최 이후 하루 확진자가 1만명이 넘게 쏟아지고 있는 일본과 하루 확진자가 5만여명에서 2만5000여명으로 줄어 다행이라고 위안 삼는 영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코로나 확진 규모는 비난을 퍼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통계적 수치만을 따져 방역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코로나 확진과 방역, 백신 수급, 위기 대응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루마니아 정부의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공여가 논란이 됐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얼마나 국력이 떨어지고, 백신 외교를 못 했으면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못살고 국격도 약한 루마니아에서 백신을 공급받느냐”는 힐난을 퍼부었다.

‘백신 거지’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무상 공여가 아니라 백신 스와프(교환) 차원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작년 3월 루마니아 정부에 진단키트 등 방역 장비를 지원하면서 양국 간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얀센 백신 공여, 이스라엘과 백신 교환 등 주요국들과 백신 협력을 추진했듯 루마니아도 협력 논의 대상국 중 하나로서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면 수긍이 가는 해명이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는 않다. 결국 ‘백신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아쉬운 대목이 있다. 정부가 최근 만 30~49세 연령층도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잔여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백신 수급은 힘들고, 의료현장에서 AZ 잔여 백신 폐기가 잇따르자 접종 연령을 낮춘 것으로 풀이되는데, ‘오락가락’ 행보 자체가 정부의 백신외교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실제 정부가 백신 접종 방침을 뒤집자 의료계에선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 30~49세 AZ 접종 연령 하향은 위험하며, 모더나와 화이자 2차 접종 기간 연장 또한 편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백신외교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는 모더나사의 공급 지연이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의 영상통화를 통해 올해 2분기 백신 2000만명분(4000만회분)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2분기에 들어온 물량은 115만2000회분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모더나사는 공장 시설 문제로 8월까지 공급하기로 계약한 백신 850만회분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통보했고, 정부대표단이 미국까지 건너가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불가항력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힘없는 정부는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모더나 백신 접종 대신 화이자사의 물량을 돌려막기하는 고육지책을 꺼내들게 됐다.

백신 보릿고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물론 언제까지 불만과 패배감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다.

영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치명률이 현저히 떨어진 나라에서부터 조금씩 ‘위드코로나(코로나 공존)’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서다.

백신 접종이 늦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접종률을 높이고, 방역이 체계적으로 이어진다면 언제든지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위드코로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석연휴 전 1차 접종률 70%를 달성한 뒤, 가을쯤 위드코로나 방역체계 전환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21일 SNS를 통해 백신 접종률 제고와 방역 성공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추석 전에 전 국민의 70%가 1차 접종을 마치고, 9월 말까지 2차 접종도 50%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일상 회복의 시간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만큼은 문 대통령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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