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위해 국회가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3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고소·고발 남발 등 명예훼손죄를 정치적·사회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자고 했다.
지난 3월에는 열린우리당 최강욱 의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대상을 축소하자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개정안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공연히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축소하자고 밝혔다.
사실 이런 내용의 법안들은 제20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가 폐기된 바 있다.
폐지론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인해 모든 표현행위가 형법상 잠재적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게 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명예훼손 피소 우려 때문에 피해자의 폭로가 어려우며, 불법성이 적은 사실의 적시행위는 형사보다는 민사상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존치론은 형법상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명예도 보호 대상이 되므로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통해 외적 명예를 보호할 필요가 있고, 한국의 특수성과 문화를 고려해 볼 때 아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으로만 규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지난 2월 이 문제를 다룬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5:4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오늘날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다. 헌재는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고 봤다. 게다가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관 4인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적시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어 비범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헌법 제17조가 선언한 사생활 비밀의 보호 필요성을 고려할 때,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크다는 것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륙법계의 경우 대부분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원칙적으로 처벌하되,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 등에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개별 주법상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적 처벌 규정들이 위헌으로 판결돼 폐지 또는 개정됐다. 현재 4개의 주법에서 명시적으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