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물량에는 미치지 못한데다 이미 모더나는 여러 차례 공급 계획을 변경했던 전력도 있어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모더나는 7월에 공급하기로 한 196만회분을 이월했고, 8월에는 850만회분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합하면 8월에만 총 1046만회분이 들어와야 한다.
지난 7일에 130만회분이 들어와 남은 물량은 916만회분이다. 정부 발표대로 701만회분이 들어온다 해도 여전히 215만회분의 백신이 부족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먼저 101만회분은 23일 국내로 들어오고 나머지 분량은 9월 첫째주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 공급의 일부 차질이 있지만 추석 전 1차 접종 70% 달성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제조 공정상 문제로 공급 계획을 변경했던 모더나가 이번에 약속된 물량을 제때에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또다시 모더나가 약속을 어겨도 철저하게 ‘을’인 우리로서는 제재는커녕 마냥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4000만회분을 공급받기로 한 노바백스 백신 역시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원래 노바백스 백신은 3분기 국내 도입 예정이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가능해 국내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할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런데 글로벌 사용 승인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허가 절차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선 내년에야 사용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모더나와 수억회분 백신 위탁생산계약을 맺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공급될 물량인데, 물량 배분은 모더나가 한다. 생산은 국내에서 이뤄지지만 공급은 국내가 우선 순위가 아닌 것.
이에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모더나 측과 위탁생산 물량 활용에 대해 협상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조만간 이달 말부터 모더나 mRNA 백신 위탁 생산에 들어갈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본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내심 바라는 눈치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린 국내 제약업계가 하루 빨리 백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임상 3상 시험계획 승인을 계기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대한 집중 지원체계를 가동한다면서,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자원봉사 시간인정, 공공시설 이용요금 할인 및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허가된 백신도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임상시험 중인 백신에 참여를 유인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한 관계자는 “승인도 나지 않은 백신을 공공시설 할인을 위해 맞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근시안적인 방법보단 업계 전반이 개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루마니아 정부와 진행 중인 ‘백신 스와프(교환)’ 계약이 순조롭게 체결될 경우 백신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범정부 백신도입 TF는 "미국, 이스라엘 등 주요국과 백신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루마니아도 그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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