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3주 만에 숨을 거뒀다. 가해 남성은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갖춘 3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생명을 지켜야 할 응급구조사가 도리어 생명을 해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데이트 폭력이 살인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데이트폭력 방지법은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게시 하루 만인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9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소재 오피스텔 로비에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여러 차례 폭행당한 뒤 숨졌다. 가해자인 남자친구는 119 신고 당시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것 같다"며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게시 하루 만인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9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소재 오피스텔 로비에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여러 차례 폭행당한 뒤 숨졌다. 가해자인 남자친구는 119 신고 당시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것 같다"며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한 줌 재로 변한 딸을 땅에 묻고 난 뒤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딸 아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억지로 기운 내 글을 쓴다"고 운을 뗐다.
청원인에 따르면 가해자는 A씨 머리와 배를 수차례 가격한 뒤 쓰러진 A씨 위에 올라 무릎으로 짓눌렀다. 가해자는 뒤늦게 119에 신고했으나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뒤였다. 가해자가 밝힌 폭행 사유는 둘의 연인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것. 청원인은 "도대체 이게 사람을 때려죽일 이유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현재 가해자는 불구속 수사로 진행돼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약자를 향한 폭력은 곧 살인이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내 딸과 같은 사례가 또 생겨날 것"이라며 데이트폭력 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전염병과 같은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한 긴급한 문제로 본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강화에 방점을 둔 데이트폭력 방지법은 19대 국회부터 매번 입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데이트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찰청 전국자료로 집계한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1만9940건이다. 이는 2017년(1만4136건)보다 41.1% 늘어난 수치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행·상해 7003건(71.0%) △경범 등 기타 1669명(16.9%) △체포·감금·협박 1067명(10.8%) △성폭력 84명(0.8%) 순이다. 데이트폭력이 끝내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35건(0.3%)에 달했다.
데이트폭력 범죄의 70% 이상이 강력 범죄이며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검거 비율과 구속 비율은 거꾸로 낮아지고 있다. 경찰이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9.4%였던 데이트 폭력 검거 비율은 2019년 49.4%로 반 토막 났다. 구속 비율도 같은 기간 5.4%에서 5.1%로 감소했다.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데이트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찰청 전국자료로 집계한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1만9940건이다. 이는 2017년(1만4136건)보다 41.1% 늘어난 수치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행·상해 7003건(71.0%) △경범 등 기타 1669명(16.9%) △체포·감금·협박 1067명(10.8%) △성폭력 84명(0.8%) 순이다. 데이트폭력이 끝내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35건(0.3%)에 달했다.
데이트폭력 범죄의 70% 이상이 강력 범죄이며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검거 비율과 구속 비율은 거꾸로 낮아지고 있다. 경찰이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9.4%였던 데이트 폭력 검거 비율은 2019년 49.4%로 반 토막 났다. 구속 비율도 같은 기간 5.4%에서 5.1%로 감소했다.
관계 부처가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건 아니다. 지난 2018년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폭행과 협박을 수반하는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의 경우 피해 내용, 상습성, 위험성, 죄질 등을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수사해 구속 등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그사이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불어났다.
전문가는 데이트폭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심각한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혁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데이트 폭력은 심각한 상해나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강력하게 대해야 한다. 먼저 적절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또 (데이트 폭력은) 특수한 사정과 지속성을 갖추고 있어 가정폭력에 준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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