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전 상태에 놓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인 391명을 한국으로 이송하는 작전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게 신변 위협을 받는 사람과 그 가족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국내 여론은 수용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2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아프간 현지인과 가족이 탑승한 군수송기 1대가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정부는 이들의 이송을 위해 현지에 수송기 3대를 파견한 바 있다.
이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 공로자’로서 한국에 들어온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이다.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 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이송 인원을 427명으로 계획했으나 36명은 아프간 잔류나 제3국행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인정한 특별 공로자들은 대사관, 병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한국직업훈련원 등에 근무한 현지인과 일가족이 포함됐다. 한국행을 택한 391명 중 378명은 26일에, 남은 13명은 27일에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계획이다. 이 중 5세 이하 영유아는 100여명, 6~10세 인원은 80여명이다.
특별 공로자 입국 소식에 국내 여론은 난민 문제와 결부해 찬반으로 갈렸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타국은 난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방어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지금 한국도 불경기와 코로나 장기화로 불우이웃이 넘치고 너무 힘든 상황이다. 자국민도 죽니 사니 하는 마당에 난만이라니, 종교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2시 32분 기준 2만3000명 이상에 동의를 받았다.
이어 “지금 불우한 자국민들이 넘치고 해결을 못 하는데 난민을 받으면 그들에게 드는 돈은 누가 내냐. 또한 난민을 받는 순간 테러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지금의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용과 보안 문제는 난민 수용 문제마다 거론되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유엔난민기구(UNCHR)가 한국리서치와 국내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난민 수용 반대가 53%로 찬성(3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정부·국민의 부담(64%), 범죄 등 사회문제 우려(57%) 등이 꼽혔다.
반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이며 국제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인권 문제를 이유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아프간인을 수용하고 국내 아프간인들의 특별체류 허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변협은 “그동안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해왔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한 아프간 현지인들에게 정부가 피난처 제공으로 보답한 것이다. 과거 6·25 전쟁을 겪으며 국민 전체가 난민이 되어 무력의 공포와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었던 비참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국제사회의 인권 의식과 자유·박애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내전 사태로 내몰리고, 생명 보전을 위해 조국을 떠나야만 하는 난민들에 대해서는 인류애와 보편적 인권의 정신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6·25 전쟁 때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국력에 걸맞은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진정한 국익 증진의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대 직장인 강모씨는 “탈레반이 하는 활동을 뉴스로 보면 극악무도할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도와줬던 사람들을 구출하겠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인류애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모씨는 "한국이 아프간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받는 아프간인이라면 더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아프간인 수용에 대해 사회 비용과 불안을 이유로 문을 걸어 잠그는 모양새다.
앞서 아프간 피란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국가는 인접국인 파키스탄이다. UNCH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에 난민·망명을 신청한 아프간인은 145명에 달한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최근 경제적 이유로 난민 수용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임란 칸 총리는 지난달 말 “파키스탄은 이미 300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였다. 우리 경제가 추가 유입 난민을 받아들일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도 난민과 거리를 두는 중이다. 매년 1만여명의 아프간인이 유입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도운 아프간인의 보호를 가장 우선시하되, 아프간에서 위협받는 사람들도 보호하겠다”면서도 “불법 이주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인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국에 1억 유로를 투자해 난민 유입 예방에 나선다. 지난 2015년 난민 보호 기구에 대한 재정지원 축소와 이웃국가의 재정지원 지연이 유럽의 난민 위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난민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중간 경유지로 삼는 터키는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터키의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의 외메르 첼릭 대변인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터키는 난민 캠프가 아니다. 아프간 난민을 단 한 명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인은 코로나 신속 항원 검사를 3차례 거친 후 충북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약 6주간 생활한다. 이들은 최장 90일간 국내 체류 가능한 단기 비자(C-3)를 발급받으며 추후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날 입국하는 아프간 협력자를 위해 특별 공로자 등에 대해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아프간인 391명, '특별 공로자'로 수용... 여론은 엇갈려
2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아프간 현지인과 가족이 탑승한 군수송기 1대가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정부는 이들의 이송을 위해 현지에 수송기 3대를 파견한 바 있다.
이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 공로자’로서 한국에 들어온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이다.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 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이송 인원을 427명으로 계획했으나 36명은 아프간 잔류나 제3국행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인정한 특별 공로자들은 대사관, 병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한국직업훈련원 등에 근무한 현지인과 일가족이 포함됐다. 한국행을 택한 391명 중 378명은 26일에, 남은 13명은 27일에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계획이다. 이 중 5세 이하 영유아는 100여명, 6~10세 인원은 80여명이다.
청원인은 “지금 타국은 난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방어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지금 한국도 불경기와 코로나 장기화로 불우이웃이 넘치고 너무 힘든 상황이다. 자국민도 죽니 사니 하는 마당에 난만이라니, 종교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2시 32분 기준 2만3000명 이상에 동의를 받았다.
이어 “지금 불우한 자국민들이 넘치고 해결을 못 하는데 난민을 받으면 그들에게 드는 돈은 누가 내냐. 또한 난민을 받는 순간 테러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지금의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용과 보안 문제는 난민 수용 문제마다 거론되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유엔난민기구(UNCHR)가 한국리서치와 국내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난민 수용 반대가 53%로 찬성(3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정부·국민의 부담(64%), 범죄 등 사회문제 우려(57%) 등이 꼽혔다.
반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이며 국제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인권 문제를 이유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아프간인을 수용하고 국내 아프간인들의 특별체류 허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변협은 “그동안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해왔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한 아프간 현지인들에게 정부가 피난처 제공으로 보답한 것이다. 과거 6·25 전쟁을 겪으며 국민 전체가 난민이 되어 무력의 공포와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었던 비참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국제사회의 인권 의식과 자유·박애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내전 사태로 내몰리고, 생명 보전을 위해 조국을 떠나야만 하는 난민들에 대해서는 인류애와 보편적 인권의 정신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6·25 전쟁 때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국력에 걸맞은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진정한 국익 증진의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대 직장인 강모씨는 “탈레반이 하는 활동을 뉴스로 보면 극악무도할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도와줬던 사람들을 구출하겠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인류애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모씨는 "한국이 아프간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받는 아프간인이라면 더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는 난민 포화 상태... 이제는 문 걸어 잠근다
앞서 아프간 피란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국가는 인접국인 파키스탄이다. UNCH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에 난민·망명을 신청한 아프간인은 145명에 달한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최근 경제적 이유로 난민 수용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임란 칸 총리는 지난달 말 “파키스탄은 이미 300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였다. 우리 경제가 추가 유입 난민을 받아들일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도 난민과 거리를 두는 중이다. 매년 1만여명의 아프간인이 유입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도운 아프간인의 보호를 가장 우선시하되, 아프간에서 위협받는 사람들도 보호하겠다”면서도 “불법 이주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인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국에 1억 유로를 투자해 난민 유입 예방에 나선다. 지난 2015년 난민 보호 기구에 대한 재정지원 축소와 이웃국가의 재정지원 지연이 유럽의 난민 위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난민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중간 경유지로 삼는 터키는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터키의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의 외메르 첼릭 대변인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터키는 난민 캠프가 아니다. 아프간 난민을 단 한 명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인은 코로나 신속 항원 검사를 3차례 거친 후 충북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약 6주간 생활한다. 이들은 최장 90일간 국내 체류 가능한 단기 비자(C-3)를 발급받으며 추후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날 입국하는 아프간 협력자를 위해 특별 공로자 등에 대해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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