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작전 함께했던 외교관..."되든 안 되든 해야 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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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8-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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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귀국한 김일응 공사참사관 당시 상황 인터뷰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25일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해 공항에 도착한 한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아프간 협력자들이 15시간을 버스에 갇혀 있었다. 아이들은 울고 사람들이 굉장히 불안해했다. 물도 못 먹고 내내 굶으면서 서로 많이 의지했다."

‘미라클 작전’을 이끈 김일응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27일 오전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진행된 화상 회견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수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참사관은 22일 철수한 대사관이 임시로 자리한 카타르에서 선발대를 끌고 다시 카불공항으로 들어가 이송 임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김 참사관은 당시를 떠올리며 "되든 안 되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김 참사관은 390명의 협력자들을 실은 버스가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약 15시간가량 대기했을 때를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김 참사관과 대사관에 파견된 경찰경호단장, 관계기관 직원,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무관 등 4명으로 구성된 선발대는 협력자들을 수송기가 기다리는 공항 안까지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초 도보 이동을 고려했지만, 현지 상황이 악화되면서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공항으로 진입하는 방안을 시도했다.

◆꼬박 서서 기다렸던 15시간...자살폭탄테러 첩보 긴박 

김 참사관은 공항에서 버스 안 아프간 협력자들과 수시로 통화하며 대기했는데, 당초 버스가 24일 오후 3시 30분 주출입구를 통과하도록 미군과 협의해뒀지만 탈레반은 25일 새벽에야 출입문을 열어줬다. 10분 거리를 약 15시간이 걸려 도착한 셈이다. 아프간 협력자들이 대부분 여권이 없는 만큼 공항 진입 시 여행증명서로 대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탈레반 측은 공항 도착 직전 검문소에서 우리 공관원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행증명서를 보여주자, 사본은 안 된다며 원본을 제시하라고 맞섰다. 김 참사관이 원본을 가지고 나가겠다고 하자 그제야 탈레반 측은 출입을 허용했다.

당시 시간이 지체되면서 35도의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물도 음식도 없는 버스에 갇힌 협력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김 참사관은 "그 더운 날씨에 에어컨 없이 밖이 안 보이는 곳에서, 탈레반에 당장 위협을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잘 수도 없고, 꼬박 서서 기다렸다. 정말 힘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몇몇은 버스에서 탈진했고, 탈레반에 구타를 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 버스가 대기하는 동안에도 자살폭탄테러 첩보가 들어왔을 정도로 상황은 긴박했다. 이날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한 애비게이트는 불과 사흘 전 우리 정부가 이용했던 출입문이다. 이날 테러 사고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정부 관계자와 협력자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 "협력자들, 잘 정착해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김 참사관은 25일 새벽에야 협력자들의 버스를 맞았다. 그는 "조력자들을 태운 버스들이 들어왔다"며 "15시간 동안 버스에 갇혀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사색이 돼 내려오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참사관은 "작년 8월부터 1년 같이하면서 매일 일한 정무과 직원"이라며 "그 친구뿐 아니라 많은 다른 친구도 반가워서 포옹했는데 그 친구가 특히 얼굴이 상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견디면서도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김 참사관은 "개인적으로 집사람과 4년 전에 사별해서 딸만 둘"이라며 "걱정할까봐 말도 못 해 내가 카타르에 있는 줄 알던 딸들이 뉴스를 보고 카불 다녀왔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다시 카불로 돌아갈 당시 심경에 대해 김 참사관은 "남은 직원들에게 ‘한국으로 이송할 거다. 방법을 생각해보고 알려주겠다’라고 약속하고 카타르로 나왔다"면서 "우리 아니면 갈 사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협력자들을 맞아준 국민들, 특히 진천 주민들께 감사를 전했다. 김 참사관은 "모두 무사히 이송돼서 개인적으로 보람 있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고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특히 진천 주민분들께서 이해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지금 오시는 분들은 바그람 미군기지와 차리카 기지 등에서 7~8년 근무를 했던 분들로 미국도 이미 신원 조회를 했다"며 "이분들이 보안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면 탈레반을 피해서 한국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참사관은 "잘 정착해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우리가 아메리칸드림을 갖고 (미국에서) 해낸 것처럼 이들도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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