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0일부터 이틀간 대선 경선에 참여할 후보자 등록을 받으면서 공식적으로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9월 15일 1차 컷오프에서 8명, 10월 8일 2차 컷오프에서 4명을 남긴 뒤 11월 9일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경선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후보들 간 ‘룰’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앞서 경선준비위원회가 1차 컷오프 여론조사 100%, 2차 컷오프 선거인단 30%+여론조사 70%, 본경선 당원투표 50%+여론조사 50%라는 룰을 만들었는데, 일각에서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
‘역선택’이란 타당의 지지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다른 당의 경선에 개입해 약체인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선 여론조사 대상에서 다른 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것을 ‘역선택 방지’라고 한다.
얼핏 실체가 있어 보이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역선택’을 실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정치 고(高) 관여층에서 역선택을 하더라도 경선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되레 잠재적 지지층을 배제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1000명 중에 5~6명이 역선택을 한다고 해서 나머지 절반을 배제한다면, 여론조사 결과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007년과 2012년,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없이 경선을 치렀다. 지난 4·7 보궐선거 경선과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당시에도 해당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준위는 두 차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뒤 해당 조항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고, 최고위원회의도 해당 경선 룰을 추인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시작됐다. 기존 당내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범보수 대선 적합도가 상승하자,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윤 전 총장 측에서 나오고 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경우 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타당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반면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낮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유 전 의원은 “‘중도와 진보까지 아우르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말하던 분이 여론조사에서 가장 확장성이 낮게 나오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며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건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했다. 홍 의원도 “대통령 후보는 개방 경선으로 가야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되지 우리끼리 모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는 아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생각”이라고 했지만, 윤석열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김병민 대변인), “(홍 의원이) 역선택의 대상이 되고 있다”(장예찬 청년특보) 등 역선택 방지 조항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 전 원장은 “혹시 여당에서 보기에 부담스러운 후보들의 지지를 낮추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이날 언론 통화에서 경준위가 만든 룰을 “전부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과 관련해선 “제 입장은 완전히 중립적”이라며 “무엇이 가장 논리적이고 상식에 맞는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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