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주재 인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한국 본사가 중국 사업을 총괄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대차 측은 중국 내 판매 부진과 점유율 하락 추세를 인정하면서도 시장 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 지주사인 현대차그룹차이나(HMGC) 소속 주재원 20여명을 한국으로 복귀시키거나 중국 현지에 재배치할 방침이다.
전체 주재원의 10분의 1 정도다.
HMGC 관계자는 "한국 본사에서 추진 중인 안"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내 생산·판매 법인을 본사 직속으로 두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차 사장이 각각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웨다기아를 직접 챙기고 있다.
이광국 중국총괄사장이 이끄는 HMGC는 수소차 등 신사업과 대관 및 중국 현지 계열사 간 조정 업무 등만 담당한다.
이번 인력 재배치 역시 중국 현지의 업무 범위가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중국 실적을 회복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며 "본사의 중국 사업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3만16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급증했다.
한국과 대부분의 해외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중국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를 보면 베이징현대의 상반기 판매량은 19만41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0.15% 감소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둥펑웨다기아의 판매량은 3만2200대로 44.21%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시장이 27% 성장한 걸 감안하면 판매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7월 말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점유율 합계는 2.7%로 지난해 말의 3.5%보다 더 추락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진출 지연 △신차 출시 부족 △영업망 위축 △잦은 전략 수정 등을 부진의 원인으로 짚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전용 모델인 라페스타와 밍투의 7월 판매량은 각각 230대와 228대에 그쳤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차종 가운데 151위와 152위다.
지난해 현대차는 중국 내 딜러 수를 900개에서 700개 수준으로 줄였다. 올해 내로 100개 이상을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다.
다만 중국 시장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론칭, 다수의 전기차 차종 출시 등 활로 모색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지난 4월에는 베이징현대 공장이 있는 허베이성 창저우시와 택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화 전략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창저우 내 택시 3000여대는 전량 베르나 차종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중국은 포기할 수도, 포기하지도 않을 시장"이라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본사와 현지 법인 간 유기적 공조를 통해 반드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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