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가예산안의 가장 큰 쟁점은 증가율이 적정한가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편성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8.6%라는 점에서 임기 내내 확장예산이 편성되었다. 예산 증가율의 적정성은 경상경제성장률에 대비한 개념이다. 2021년과 2022년도의 경상경제성장률이 기획재정부가 이번 중기 5개년 재정계획 수립시 가정한 5% 정도가 된다 하더라도 임기 중 5년간 연평균성장률은 3.0%인데 예산은 연평균 8.6%이니 거의 3배속으로 예산을 증액시켰다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연평균 경상경제성장률은 5.2%였지만 예산의 연평균증가율은 4.0%에 머물렀다. 성장률보다 낮게 예산을 증액했으니 긴축 예산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2022년 예산안을 만들 때 함께 계획했던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예산의 증가율은 4.5%로 동기간 경상경제성장률 가정 4.0%보다 조금 상회했다. 즉, 차기정부에게는 현 정부와 유사하게 확장예산 하지 말고 좀 아껴서 쓰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참으로 맹랑한 예산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예산을 확장해도 이에 상응하는 재원조달만 가능하면 별 문제가 없다. 이번 2022년 국가예산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재정수지 적자가 막대하다는 데 있다. 2022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4.7조원에 달한다. 사회보장성 기금 재정수지를 합산한 통합재정수지도 2022년에 55.6조원 적자가 발생한다. 그 결과 2021년 956조원이던 국가채무가 2022년에는 1068.3조원으로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도 47.3%에서 50.2%로 높아진다. 국가채무 비율을 40% 넘기는 것과 관련하여 여야간 논란이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내년에는 50%를 훌쩍 넘기고, 2025년에는 재정건전성 판단 기준인 60%선에 거의 근접한 58.8%에 이를 전망이다. 사실 과거 정부에서는 대체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관리재정수지는 적자가 나더라도 통합재정수지는 적자가 되지 않도록 했지만 문 정부는 2019년 예산안 수립 시부터 이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발생 이전에 편성된 2019년 예산안에서 이미 슈퍼 재정적자성으로 국가채무를 증가시켰다. 1997년 IMF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의 적자예산 편성은 불가피하고 국가채무 증가도 용인될 수 있다. 평상시에는 경상경제성장률의 범주 내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별 예산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모두 시급하다고 할 것이고, 예산 팍팍 써서 국민에게 선심 베풀고 싶지 않은 정부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지만 재원의 한계가 있으니 이에 맞추는 것이 예산편성권자의 최소한의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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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만성적 적자재정 구조를 균형화시키는 방법은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하든가 아니면 조세부담률을 대폭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표면화된 적자재정이나 국가채무 자체보다 적자재정이나 국가채무 증가가 별 문제없다는 정부와 정차권의 안이한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새로운 정부의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는 만성화된 적자재정을 균형재정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막론하고 정부가 제출한 슈퍼예산안을 삭감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선심성의 재정, 대책 없는 공약을 벌써부터 쏟아내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
가계나 기업이 일시적으로 적자가 있을 수 있고 빚을 질 수 있지만 길게는 버틸 수 없듯이, 정부재정도 적자상태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GDP의 200%를 넘는 국가채무 상태로 갈 때까지 적자재정을 방치했다가 재정여력이 거의 바닥나 버린 일본 사례를 절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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