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지난 7월부터 다음 달까지 12주간 이어지자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아우성과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밤에는 차량시위를 비롯한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가하면, 낮에는 상생을 위해 자영업자끼리 돕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정부 규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자영업자들이 똘똘 뭉치는 모양새다.
6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살고 싶은 자영업자 연대(살자연)'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오는 12일 오후 11시 도심 곳곳에서 검은색 복장을 하고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앞서 살자연에 모인 자영업자들은 전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장사하고 싶습니다. 이러다 다 죽는다. 더는 못 참는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사람 잡는 살인 방역', '살고 싶다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누구를 위해 이러는 것이냐"고도 외쳤다. 살자연을 개설한 방장은 "우리의 작은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고, 이 작은 결실이 모여 조금은 더디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걸 하나씩 이루게 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살자연에는 오후 3시 기준 130명이 모여 있다.
단기간에 끝날 줄 알았던 4단계 조치가 기약 없이 연장되자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K-방역(한국형 방역)을 비꼬는 글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A씨는 "당장 폐업하고 싶어도 임대차 계약 기간에 발목을 붙잡힌다. 또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은 각종 위약금으로 빚만 늘어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형국이다. 자영업자들은 피눈물로 버티고 있는데 정부는 4단계 한 달 연장을 꺼내 들었다. 이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회원은 자영업자를 K-방역 총알받이에 빗대며 "장기적인 영업 제한 조치에 따른 업종별 실제 피해액을 파악해 업종을 세분화한 뒤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만한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불만이 극에 달하자 자영업자들은 쌓인 분노를 집단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자영업 시설을 통한 감염 사례는 20%지만, (정부는) 자영업자들을 규제해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 감염 원천 80%에는 권고를, 감염 원천 20%에는 강력한 규제라는 불합리한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런 규제가 계속될 경우 작은 불씨가 보여 화염이 되는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며 오는 8일 전국 동시 1인 차량시위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낮엔 같은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도우려 팔 걷고 길거리로 나선 자영업자들도 있다. 자영업연대와 전국자영업자모임(전자모)은 지난달 30일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서울 명동 일대에서 '품앗이 챌린지'를 진행했다. 품앗이 챌린지는 명동 일대 상점과 식당을 방문해 물건을 사거나 식사를 한 뒤 하이파이브 포즈로 사진을 찍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손님이 뚝 끊겨 운영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을 일일이 찾아 매출을 올려주자는 취지다.
자영업연대는 "(품앗이 챌린지는) 명동 상인들의 매출을 올려주려는 선한 영향력의 행사로,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사장님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영업연대는 "(품앗이 챌린지는) 명동 상인들의 매출을 올려주려는 선한 영향력의 행사로,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사장님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동시다발적인 시위로 정부를 압박하는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은 4단계 조치가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으로 모인 자영업자들의 오픈 채팅방에서 차량시위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1인 시위를 하자는 의견 등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픈채팅방은 지역이나 업종별로 개설된 곳도 있지만, 구분 없이 모든 자영업자가 참여하는 곳도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 측은 정부 조치에 대응할 조직력을 자영업자들이 갖추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희생을 떠안게 됐다는 입장이다. 자대위 관계자는 "자영업자 의견을 수렴하기로 해놓고 요구사항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일방적 연장 통보를 하는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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