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가 반등을 시작했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을 다시 수락했다고 밝히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주를 순매도하던 외국인들이 우려가 잠식되면서 다시 순매수세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배터리주에도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LG화학 주가는 전일 대비 0.13%(1000원) 오른 76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에는 77만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날 상승세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반등의 신호탄이 쏘아진 23일에는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했다. LG화학 주가는 23일 전일 대비 8.42%(5만9000원) 급등하며 76만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도 상승세다. 배터리 분사 우려로 23만7000원까지 떨어졌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24만9000원으로 회복하며 25만원 고지를 목전에 뒀다.
앞서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시작된 GM의 볼트EV 리콜 사태로 한 차례 급락한 바 있다. GM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10억 달러를 들여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볼트EV 7만3000대를 추가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화재 원인으로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지목되면서 외국인들이 LG화학 주식을 대규모 매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외국인들은 LG화학 주식 1조344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발표 전 89만8000원이었던 LG화학 주가는 70만1000원으로 21.93% 급락했다.
하지만 GM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을 다시 수락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GM은 지난 21일 "GM과 LG가 결함 원인을 발견했고 재발 방지 조치를 취했다"며 LG의 배터리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가 현재 LG화학의 주가 낙폭이 지나치다며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점도 호재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지난 23일 LG화학에 대해 "배터리 리콜이 손해를 입혔지만 해결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부문의 가치가 지나치게 할인된 상태"라며 목표주가로 134만원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LG화학에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8월 반도체주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서는 관련주를 순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8223만1449주와 SK하이닉스 주식 1672만3736주를 순매도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6조1919억원, 1조7452억원어치다. 하지만 반도체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은 이들 주식을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규모는 삼성전자가 1405만2978주(1조1031억원), SK하이닉스가 579만1824주(6199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 23일과 24일 배터리주를 집중 매수했다. 이틀 동안 순매수한 금액은 LG화학이 1805억원, SK이노베이션이 778억원 규모다. 순매수액 규모로는 삼성전자(2460억원)에 이어 2, 3위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배터리 제작공정 변경으로 추가적인 불안감을 낮춘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GM과 손해배상액 2조3000억원에 대한 합의 고비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밖에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던 다른 차량에 대한 추가 손해배상 위험도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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