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함돈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펠로우 겸 하버드대 교수,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황성우 삼성SDS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필한 뉴로모픽 주제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됐다.
◆사람 뇌 닮은 '뉴로모픽' 앞세워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선점
뉴로모픽 반도체는 사람의 뇌 신경망에서 영감을 받거나 직접 모방하려는 반도체로, 인지·추론 등 뇌의 고차원 기능까지 재현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와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뇌 신경망에서 뉴런(신경세포)들의 전기 신호를 측정해 뉴런 간의 연결 지도를 ‘복사(copy)’하고 그대로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기(paste)’ 함으로써 뇌의 고유 기능을 재현하는 뉴로모픽 칩 기술을 제안했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뇌에 있는 약 100조개의 뉴런 접점을 메모리 망으로 구현하려면 메모리 집적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번 논문은 이를 위해 3차원 플래시 적층 기술과 고성능 D램에 적용되는 TSV(실리콘관통전극)를 통한 3차원 패키징 등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활용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보유한 반도체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뉴로모픽 연구에 집중해 차세대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 메모리 분야 AI 반도체 개발 등 독보적 기술력 선봬
삼성전자는 그동안 AI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선보여왔다. 지난 8월 차세대 반도체 기술 학회인 ‘핫 칩스’에서 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군과 응용 사례를 소개했다. PIM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내부에 연산작업이 가능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이를 활용해 메모리에 AI 엔진(프로세서)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결합한 ‘HBM-PIM’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그간 비메모리 반도체에 주로 적용하던 AI 반도체를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시장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HBM-PIM은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데이터 기억장치로만 존재했던 메모리가 직접 AI 연산을 할 수 있게 돼, 시스템 처리 속도는 2배로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70% 이상 줄일 수 있다.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뒤를 이어 AI 반도체가 향후 반도체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2310억 달러(약 256조원)로 추산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 3769억 달러(약 417조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올해 AI 반도체 기술 개발 분야에 지난해보다 약 400억원을 늘린 1223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학습과 추론 등 고차원적인 연산을 위해 특화된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가 시장 선점의 열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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