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이번 4분기 전기요금을 8년 만에 인상함에 따라 그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뒤따랐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정부는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은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분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탄소중립·기후대응 비용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양측의 입장은 과거부터 전혀 좁혀지지 않아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청구서라는 논란을 두고는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원전파] 과도한 에너지 전환 정책 비용…30년 간 1067조원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일명 탈원전으로 부르며 과도한 비용의 투입을 지적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골자는 자연스럽게 원전 비율을 축소하며 그 부분을 태양광 등 친환경으로 인식되는 재생에너지로 채우자는 것이다.특히 원전을 지지하는 진영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과도한 에너지 전환 비용이 지출됨에 따라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한국전력이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함에 따라 이러한 논리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다만 산업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지적되는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은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서일준 국회의원(경남 거제, 국민의힘)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조사 의뢰해 제출받은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비용’ 보고서에서는 이 정책의 전환 비용이 30년간 1067조원에 달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전기 생산비 상승효과만 당장 내년부터 15.90%이고, 10년 뒤에는 72.08%에 달해 조만간 전기료 폭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재생에너지 가격을 kWh당 170원이라 가정했을 때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누적 손실이 5년 후 58조500억원, 10년 후 177조4300억원, 30년 뒤 1067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전력 발전 비용 상승효과가 5년 후 48.14%, 10년 후 72.08%, 30년 후 135.14%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서일준 의원실은 입법조사처의 이러한 분석도 상당히 낙관적인 전제로 이뤄져 실제 손실액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현재 재생에너지 시장 과열화로 가격이 낮아진 상태인데, 시장이 안정화되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번 조사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국내 원전 업계의 피해와 일자리 감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원전생태계가 파괴되는 피해까지 더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국부가 손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서일준 의원실은 덧붙였다.
서일준 의원은 "천문학적 국부 손실과 전기료 폭탄을 예고한 ‘탈원전 고지서’가 국회 차원에서 공식 확인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후손들에게 이어질 막대한 국가적 손실은 안중에도 없는 문재인 정부를 보고 있자니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국민들께서 반드시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파] 에너지 전환 비용 근거 부족…재생에너지 비용 과장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늘리고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탈원전파에서는 위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에너지전환을 부정하고 원전과 석탄발전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면 탄소국경세로 인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앞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미래세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행위가 된다고 강조했다.원전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인용한 국회입법조사처 분석 자료를 두고 양이원영 의원실에서는 원전과 석탄발전 비용은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용은 과장하여 도출한 결과인 만큼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원자력과 석탄발전전기보다 2~3배 비싼 상태가 변치 않고 지속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고 공격을 폈다. 그 근거로 최근 10년간 전 세계 태양광발전 비용은 10분의1로, 풍력발전 비용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점을 부연했다.
아울러 양이원영 의원실은 원전과 석탄은 위험비용과 환경비용의 상승으로 지속적인 발전단가 증가에 놓여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내외 다수의 연구기관은 향후 십여년 내에 우리나라도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할 것이란 주장을 인용했다. 그리드 패리티는 화력발전과 태양·바람 등을 이용하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시점을 말하는 용어다.
추가로 양이원영 의원실은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유지 확대로 인해 예상되는 비용 축소 은폐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변동비(연료비)만을 반영한 정산단가 수치 사용 △경제성 평가에서 적용하는 ‘할인율’의 미적용한 에너지 전환 비용 등 다양한 부분의 허점이 발견된다고 거론했다.
이외에도 양이원영 의원실이 반박한 내용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가 전기요금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는 에너지선진국의 사례를 외면한 것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뒤따르는 다양한 신산업창출과 취업 확대 등 투자효과도 누락된 점 등을 거론하며 보고서의 방향이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