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미국 내 살인자 수 30% 증가...코로나 팬데믹 부작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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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9-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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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미국 내 전체 범죄율 6% 감소...강력범죄는 5.6% 늘어

  •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살인 사건...주 원인은 '총기'

  • 코로나 스트레스·경찰 불신 이유로 자기 보호 위해 총기 사들여

코로나 팬데믹 동안 미국 내 살인사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시민들이 코로나로부터 불안감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표출되면서 사회 갈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살인 사건 30% 증가... 희생자 3명 중 2명은 총격당해
29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20년 범죄 통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체 범죄 건수는 6% 감소했지만, 강력범죄는 5.6% 증가했다. 강력범죄가 증가한 것은 4년 만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살인사건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 내 발생한 살인 사건은 총 2만1570건으로 전년보다 29.4%(4901건) 늘었다. 이는 1960년부터 범죄 통계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은 6.5명으로 살인 범죄가 가장 심각했던 1990년대 초반 9.8명보다는 낮았다. 미국 매체 CNN은 “지난해 살인 사건이 여름철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월과 7월에 정점을 찍고 그 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특수폭행 사건도 전년보다 12.1% 증가했다. 반면, 강도 범죄와 성폭행 범죄는 각각 9.3%, 12.0%씩 감소했다. 강력범죄 검거율은 주민 10만명당 3.8명으로 집계됐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다른 범죄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역에서 5000명 이상이 살해당했다. 살인은 대도시는 물론 소도시와 교외 등 모든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살인 사건 급증의 주요인은 총기 살인이었다. FBI가 밝힌 지난해 전체 살인 사건 중 총기 살인 비율은 77%다. 또한, 살인사건 피해자 3명 중 2명은 총기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총기 관련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기록 보관소’(Gun Violence Archive)가 집계한 2020년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4만3559명으로 전년 3만9538명보다 약 4000명 늘었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지역에서는 총기 범죄로 인한 살인율이 더 높았다. 총기 소지에 제한이 없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 약 400건 중 총기 범죄는 85%(343건)를 차지했다. 총기 살인 사건은 전년(221건)보다 55% 증가했다.

최근까지도 미국 내 총기 사건은 빈번히 일어났다. 이달 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고등학교에서 총격이 발생해 학생 한 명이 숨졌다. 지난 18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가족이 행사 중 말다툼을 벌이다가 총격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코로나 스트레스·경찰 불신이 총기 수요 유발

[사진=AFP·연합뉴스]

총기 살인이 늘어난 이유로는 코로나19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꼽혔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란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비무장 상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잭 맥데빗 노스이스턴대학 범죄학 교수는 “시민들은 불안한 시기에 밖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살 것이다. 예전만큼 경찰을 신뢰하지 않고 자신을 혼자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살인사건 급증세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와 일치한다. 전염병 사태가 살인사건 급증에 의지할 여지 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 사태가 사람들의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불안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사회적 갈등과 범죄를 부채질했다”라고 평가했다.

저스틴 닉스 네브래스카대학 범죄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경찰의 정당성에 위기가 왔다. 이 여파로 많은 사람이 경찰을 덜 신뢰하고 도움 요청이나 살인 사건에 대해 수사관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의지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총을 소지하고 사용하게 되면서 더 많은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총기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총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 이상 급증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에서 총기류를 구매하기 위한 사전 절차인 총기 관련 범죄 전력 관련 신원 조회 수는 약 470만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총기 폭력 중지 연합(Coalition to Stop Gun Violence)에 아리 데이비스 정책 분석가는 “집에 총이 있고, 공공장소에 총이 있으면 안전이 사라지고, 총기 폭력 희생자이자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데이비스는 “지역 사회에 더 많은 총이 유통되는 중인 지금 상황은 위험하다. 이를 막지 않으면 총기 사건 증가세는 코로나19 같은 원인이 사라져도 줄어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웹스터 존슨 홉킨스 대학 총기 폭력 예방 및 정책 센터 소장은 “총기 판매 증가와 총기 사고 사망자 증가를 연관 짓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팬데믹 동안 경찰 인력이 줄어든 환경에서 사전 예방 없이 사람들이 외출한다면 총은 더 나쁜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코로나19와 범죄율 상관관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범죄 양상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살인‧강도 범죄 발생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유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원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 경찰이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찰 자원의 투입을 위한 내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코로나19 예방과 관련 행정경찰이 강제권을 발동하기 위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개별적 수권 조항 마련 등 경찰 자원 활용에 대한 법과 제도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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