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약발 먹히나"…서울 집값 위축 분위기 곳곳서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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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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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수자들 관망에 거래량 '뚝'…호가 낮춘 매물도 '글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3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이 10월 둘째주(1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32%로 7월 둘째주(0.3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기단지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나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는 데다 그간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매수세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좀처럼 꺾이지 않던 집값이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주춤한 모습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10명 중 7명은 올해 상반기 집값이 너무 비싸 매수 시점이 아니라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소득과 자산이 있는 30~40대는 여전히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너무 많이 올랐나…집값 상승 피로감에 매수 문의 '잠잠'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276건에 그쳤다.

지금까지 신고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가 2034건으로, 8월(4178건) 거래량의 56%에 그친 가운데 이달 들어서는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보다 낮은 94.5로 2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고,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도 101.9를 기록하며 5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시장에 매수 희망자보다 매도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승 피로감에 따른 추격 매수세가 주춤해진 데다 정부의 추가적인 대출 규제 강화 방침으로 관망하는 매수자들이 늘어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최근 고점 대비 2000만원 하락한 매물이 나왔으나 매수세가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현재 20억∼21억원을 호가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7㎡도 지난주 19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자가 붙지 않고 있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최근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매수자가 은행 대출을 못 받아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문 경우도 있다"며 "이달 들어 계약서를 한 건도 못 썼다"고 말했다.
 
과열 시장 안정 찾나…매도우위 조짐
지표로 봐도 과열된 시장 양상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월 둘째주(14일 기준)까지 5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둘째주에 기록한 101.9는 올해 4월 셋째주(19일 기준, 101.1)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으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매도우위 시장이라는 의미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8월 0.20∼0.22% 수준을 유지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9월 첫 주부터는 0.21%→0.21%→0.20%→0.19%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10월에도 첫 주 0.19%에 이어 둘째주 0.17%로 소폭이지만 축소 양상을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지역별 인기단지 위주로 상승하긴 했으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그간 상승 피로감 등으로 매수세가 감소하며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10명 중 7명은 "집값 비싸 매수 좋지 않은 시기"
국토연구원이 서울·경기 지역의 일반가구(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43명)와 중개업소(300곳)를 대상으로 '2021 상반기 부동산 활동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조사 응답자의 67.4%는 올 상반기를 주택을 매수하기 좋지 않은 시기로 인식했다.

주된 이유는 '높은 주택가격'(66.4%) 때문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에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응답도 63.6%로 집계됐다.

집값 상승 등에 대한 부담으로 올 상반기 서울·경기 지역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대비 19.7% 감소한 22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8만9000건에서 올해 상반기 7만3000건으로 18.2% 줄었다. 경기 지역도 같은 기간 19만3000건에서 15만4000건으로 20.4% 축소했다.

집을 판 이유는 '이자·세금 등 주택보유에 따른 비용부담'이 4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사 목적'(25.4%), '다른 부동산 투자'(12.7%), '주식 등 부동산 외 투자처에 투자'(10.3%), '생활비 등 목돈 마련'(6.3%) 등의 순이었다.

주담대 이용자 중 43.5%는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비율(LTV) 제한'(50.0%)이 주된 원인이었다. '주택 담보 가치가 낮게 책정됐다'(20.8%)와 '기존 대출이 많아서'(10.8%) 등의 이유도 있었다.
 
소득·자산 갖춘 3040이 거래 과반 차지
다만, 이 지역 주택은 소득·자산이 많은 30~40대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경기 매수자 중 30대는 32.4%, 40대는 32.9%를 차지해 전체 매수의 60%를 웃돌았다.

월소득 500만원을 넘는 구간의 비중은 59.4%였으며, 총자산이 9억원을 넘는 구간에선 30%를 차지했다. 자산 1억원 미만의 매수 비중은 6.5%에 그쳤다.

매매거래의 82.3%, 전세거래의 87.0%, 월세거래의 64.3%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또한, 다른 자산과 비교했을 때 주택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고 수익이 높다고 인식했다. 주택의 예상 수익이 높다고 응답한 비중은 67.3%였으며, 주택 외 부동산(56.3%), 주식(49.9%), 예·적금(10.7%)이 뒤를 이었다.

조사된 매수거래 중 '거주목적'은 53.5%로 '투자목적'(29.2%)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김지혜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의 탐색 및 거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 소요기간, 신고가 거래지수, 급매물 지수 등을 개발해 시장 참여자 행태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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