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은행 '의심 거래'…분석만 그치나, 속도 더딘 法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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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21-10-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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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U, 집행기관에 제공한 33만건 중 10만건 처리중

  • 野 "활용실적 미활용 사유 공개토록 관련법 개정"

지난 6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FIU(금융정보분석원) 대상 국정감사의 모습.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처]

[데일리동방] 장기간 계좌 거래가 없다가 갑자기 고액이 인출되는 등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금융권 '의심 거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의심 거래 정보를 제공받아 분석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사기관에 넘기는 정보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법 집행기관들의 처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FIU가 보고 받은 금융권 의심 거래 건수는 작년 한해 73만2000여건에 이른 가운데, 이 중 은행에서 제공된 건수는 52만5000여건(71.6%)로 다수를 차지한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작년 전체의 절반을 초과한 43만2000여건이 FIU에 보고됐다.

이후 FIU가 의심 거래 정보를 특정 형사사건의 수사 등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 등 법 집행기관에 제공한 정보 건수는 올해 상반기 33만2051건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검경 등 수사기관에 정보를 넘겼어도 기소, 기소의견송치, 고발·추징 또는 무혐의 종결 등 처리 완료 속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상반기 현재 법 집행기관에서 묶여 처리 중인 건수는 10만2000여건으로, 사실상 3건 중 1건은 이렇다 할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인 것으로 밝혀졌다. FIU에 의심 거래 정보가 집중되는 것은 각 금융기관들이 주관적으로 정보를 선별하지 못하도록 인공지능(AI) 자동 시스템에 따라 FIU에 정보가 집결되도록 구조가 짜였기 때문이다.

의심 거래의 대표적 유형은 △고위험 거래대상(과)의 거래 △고액 입금 후 출금거래 등 비정상적 거래 △의심스러운 비대면 거래 △장기 미거래자 계좌 잔액의 비정상적 변동 △외국인의 빈번한 현금거래 등이 꼽힌다.

이 중 FIU는 특정금융정보법에 의거 불법재산·자금세탁행위 또는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관련된 형사사건의 수사,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 조세체납자에 대한 징수, 관세 법칙사건 조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 현행법 위반 사례로 자체 판단한 건수를 해당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이달 국정감사에서 의심 거래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질타를 쏟아냈다. 수사기관에 제공된 정보의 처리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FIU와 각 기관의 정보 비공개 방침이 도를 지나쳤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검·경은 FIU로부터 자료를 받아가기만 하고 수사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FIU 자료의 활용실적과 미활용 사유 등을 분기별로 공개하는 법 개정을 통해 '불법 자금 거래=수사 대상'이라는 원칙을 반드시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선교 의원도 "의심 거래가 계속되면 고객이 금융사기나 범죄에 연루돼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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