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가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유다.
돌아오면서도 쉽지 않았다. 외국 선수들을 데리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만들어진 버블은 골프 대회 역사상 최상위 방역 시스템이다.
선수는 숙소에 도착하는 순간 버블에 갇힌다. 골프장과 숙소만 오갈 수 있다. 기자회견은 비대면이다. 한 선수는 "답답하다. 눈앞에 있는 편의점에도 못 간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조금 다른 버블이다. 애플리케이션(BLC) 가입으로 모두 기록된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 QR코드를 통한 동선, 백신 접종 여부, 체온 등이다. 코로나19 증상 발현을 대비해 SOS 기능도 있다.
야외 취재구역에서의 인터뷰는 허용했다. 단, 선수와 만날 때는 페이스 쉴드를 써야 한다. 일정 거리 유지도 필수다.
모든 구역은 수시로 소독된다. 손 소독제, 체온 측정기 비치는 기본이다. 체온을 측정하지 않으면 지나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됐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바로 현장 PCR 검사다. 씨젠이라는 회사가 부스와 모바일 랩(연구실)을 대회장에 설치했다. 체취부터 검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4~6시간 만에 결과가 나온다. 선별검사소보다 빠르다. 그만큼 대응도 빠르다.
기자는 이곳에서 직접 PCR 검사를 받았다. 선별진료소보다 과정이 복잡하지만, 서로에게 안전했다.
한 대회 관계자는 "대회 개최는 부산 시민과의 약속이다. 코로나19 속에서 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한다는 상징성도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부산광역시, LPGA, 선수, 골프장 등 모두의 희생이 있었다. 쉽지 않았다. 선수들을 세계→인천→부산→인천→세계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방역 시스템을 결정한 것은 올해 4~5월이다. 3차와 4차 대유행 사이다. 그래서 이너 버블, 아우터 버블을 만들어서 한국식으로 풀어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 시행착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중국과 대만, 일본은 LPGA 투어 주관을 포기했다. 사실, 포기하면 편하다. 그러나, 이 대회는 편한 길을 걷지 않았다.
기자가 최근 방문했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두 대회에서는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외국인들은 무례하게도 "백신 안 맞았니" "코로나 걸렸니"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동의하고, 백신을 맞고, 이너든 아우터든 버블 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첫날은 고진영(26)도 "추웠다" 할 정도로 비가 왔다. 코스 내에 한 마샬(경기진행요원)이 비를 맞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동형 접이식 의자에 앉아서 우비를 입었다. 모자와 페이스 쉴드를 썼다. 한 손에는 '조용히 보드'가, 다른 한 손에는 핫팩이 쥐어져 있었다.
"춥지 않아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괜찮아요. 앉도록 의자도 주시고, 핫팩도 주셔서 따듯해요. 우산도 원하면 쓸 수 있어요. 밥도 잘 먹어요"였다. 명과 암은 공존한다. 기자의 눈에는 명도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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