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정감사가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국감은 내년 3‧9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만큼 여야 공방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신경전이 고조되고 잇달아 해프닝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장면을 남겼다는 평이 나온다.
◆野 질의하자 與서 기침 “일부러 그랬나”
지난 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일명 ‘기침’ 해프닝이 발생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간 신경전이 격화되자 국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질의했고, 김 의원은 이를 방어했다.
김 의원은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그 근거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 지금 야당의 주장이나 고발 근거를 보면 근거가 일체 없다”며 “야당은 고발된 사실 자체를 갖고 계속해서 의혹이 있다고 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가족 관련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며, 윤 전 총장 고발사주는 매우 유례가 없는 선거 개입과 정치 개입으로 수사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조 의원이 신상 발언을 신청해 마이크를 잡았으나, 이후 김 의원이 연속해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일부러 그러는 건가”라며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야당이 말도 안 되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대단히 부적절하고 사실관계가 안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사과하라”고 했고 김 의원은 “무슨 말을 하느냐”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이 조 의원을 향해 “양심과 예의를 가지고 (국감을)하세요”라고 했고, 조 의원이 반발하자 박주민 임시 법사위원장이 급히 정회를 선포했다.
◆이재명, 직접 국감 출석 “흐흐흐”, “나는 착한 설계자”
이 후보는 직접 경기도 국감에 출석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흐흐흐’하며 웃자 국민을 조롱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서 자신을 향해 ‘조폭 연루설’을 제기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에 “흐흐흐”하며 소리 내 웃었다.
김 의원이 “(변호사 시절 이 후보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공생 관계였다”고 하자 이 후보는 웃으며 “내용이 아주 재미있다. 제가 실제로 그랬으면 옛날에 처벌받았을 것이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질의한데 대해서는 ‘착한 설계자’라 답하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이 후보를 향해 “돈 받은 자는 범인이고 설계한 자는 죄인”이라며 “아파트 분양사업까지 포함한 1조8000억원 기준으로 볼 때 이 사업 75~90%의 이익이 민간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바로 이것이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어 “지사께서는 작은 확정 이익에 집착하며 '이거라도 얼마냐'라고 하는데, 큰 도둑에게 자리 다 내어주고 '이거라도 얼마냐' 하는 식”이라며 “강제수용 당한 원주민과 바가지 분양가가 적용된 입주민에게 사과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 맞고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며 “대한민국 지방 행정사에서 민관합동 개발을 통해 공공으로 1000억원 단위로 환수한 사례가 없다. 20년이 넘도록 전국 도시개발사업으로 환수한 게 1700억원 밖에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국감에서 이 후보의 답변이 길다고 불만을 표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학예회하는 것도 아니고 답할 기회를 달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고, “경기도정에 집중하기 위해 저의 개인적인 일, 저의 과거에 관한 일, 경기도지사 업무와 관련 없는 일, 국가보조사업과 관계없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답을 못하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의겸 의원의 ‘19금’ 논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국정감사에서 선정적 불법 유해사이트 화면을 자료로 제시했으나, 모자이크가 되지 않은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핀잔을 샀다.
김 의원은 이날 영등위가 유튜브 등에서 19세로 분류해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영상물이 15세 관람가로 분류됐다고 질타했고, 이 과정에서 직접 검색하고 캡처한 영상물들을 자료화면을 사용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노출된 여성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나왔고, 선정적인 영상물 제목도 그대로였다.
또 '소리로 감상하는(이하 생략)', '그녀의 다양한 스타킹(이하 생략)', '유난히 흰양말(이하 생략)' 등 유해 불법 사이트 및 영상물 제목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그러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의미 있는 질의이지만 지금 국감은 국민전체로 중계가 되고 있다”며 “PPT로 띄운 사진들은 모자이크 처리해줘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튿날 국민의힘에서는 김 의원을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국회방송 녹화분에는 해당 질의 부분 영상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김 의원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에서 부적절한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자료를 채택한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임오경 팀킬, “정청래, 학생 때 친구들 많이 괴롭혀”
임오경 민주당 의원의 갑작스런 팀킬(같은 편 동료를 공격 또는 죽이는 것)도 화제가 됐다.
임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학생 선수의 교내 폭력사건'에 대해 질의하며 “3선 의원인 정청래 의원은 학교 다닐 때 싸움을 진짜 많이 했다고 한다”며 “(정 의원은) 친구들도 많이 괴롭히셨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왜이래”라고 했으며, 국감장 내 참석자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또 이날 국감장에 한복을 입고 나온 임 의원은 황희 장관에게 한복 산업진흥 방안 구상을 촉구하면서 “정 의원님께 한복을 입자고 제안했는데 거부당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 의원은 이내 “이는 어디까지나 농담이다.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며 “속기록에서 정 의원과 관련된 발언을 삭제해주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에 위원장과 소속 위원들의 동의 끝에 해당 발언들은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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