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개선해달라"···배달 라이더가 앱 끄고 거리로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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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10-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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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배달노조 "공제조합 설치·기본료 인상" 요구

  • 대규모 파업 참여 시 '업계 타격' 불가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라이더 3천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 라이더들이 최근 배달 기사 처우 개선을 외치며 하루 동안 배달 앱을 끄고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 나선 라이더들은 비록 1000명에 불과했지만 여러 업체의 배달 라이더들이 뜻을 모아 단체 행동을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파업 후에도 배달 기사 처우가 달라지지 않을 경우 더 큰 규모의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 밝혀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에서 일하는 라이더가 정부와 배달플랫폼 회사에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20일 ‘오프데이’를 진행했다. 오프데이는 배달노동자들이 배달플랫폼 업체로부터 주문내용을 받는 배달 앱을 끄는 행위를 뜻한다. 건당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배달 노동자들에게 총파업은 강력한 의사 표현인 셈이다.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배달 라이더들의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후 배달문화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배달노동자들은 한 건이라도 더 받기 위한 속도경쟁에 노출됐지만, 안전운행은 담보받지 못하고 있다.

배달노조는 크게 공제조합 설립과 기본배달료 4000원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공제조합 경우 정부와 합의를 통해 오는 2022년 설립을 목표로 했지만,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간 배달 라이더들은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공제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공제조합은 정부와 배달대행업체들이 일정 기금을 모아 조합원에게 사고가 났을 때 손해를 배상하는 보험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운전에 필요한 안전교육 등도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할 수도 있어 배달 플랫폼 업체도 설립 추진에 공감하고 있다.

김종민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쿠팡이츠지회 준비위원장은 “공제 조합 설립은 정부와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연동해 비용을 부담해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정부가 설립을 위한 예산을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아 조합 설립이 늦춰지고 있다”며 “라이더들의 보험가입률을 높이고, 부담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라이더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올바른 배달문화를 조정하는 것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중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3000원에 정체돼 있는 기본 배달료를 4000원으로 인상해야 된다는 주장도 거세다. 1건당 3000원을 버는 구조에선 속도경쟁에 내몰리 수밖에 없어, 최소한의 수익과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는 게 라이더들의 입장이다.

홍정의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준비위원장은 “기본료 4000원은 돼야 라이더들이 오토바이 유지비, 기름값, 보험료 등을 내면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에선 오히려 기본료를 낮추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프로모션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고 하지만, 프로모션으로 인한 속도경쟁 없이도 라이더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달료 인상은 플랫폼이 단독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배달 기사 모시기를 위해 고수익 프로모션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상되는 배달료까지 감당하는 것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업체가 기본료 인상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라이더들의 건당 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기본료 인상 요구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배달노조는 해당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추가 집단행동에도 나설 계획을 밝혀 업계에 자칫 물류대란이 일어날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총파업은 노동조합을 알리고, 배달 기사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라며 “파업 이후 뜻을 같이하겠다는 배달 기사들의 문의가 빗발치며 조합가입률이 7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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