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20세기 초 제작된 태극기가 일제강점기 혹독한 시련 속에서 독립에 대한 열망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문화재이자, 대한민국 역사를 대표하는 유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화재청은 25일 “‘데니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서울 진관사 태극기’를 모두 보물로 지정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독립운동사료를 포함한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적극적인 역사·학술 가치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2019년부터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국가등록문화재들에 대한 검토를 시작해 작년에 ‘말모이 원고’ 등 한글 관련 문화재 2건을 보물로 지정했으며, 이후 두 번째로 태극기 3건을 이번에 보물로 추가 지정했다.
보물 ‘데니 태극기(데니 太極旗)’는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1838~1900)가 소장했던 것으로, 1891년 1월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지고 간 것을 1981년 그의 후손이 우리나라에 기증해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 태극기의 존재는 1977년 미국인 역사학자 로버트 R. 스워타우트 교수에 의해 오리건 대학교에 보관된 ‘데니문서’가 발굴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데니 태극기’는 세로 182.5cm, 가로 262㎝로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옛 태극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기 제정의 초창기 역사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라는 점에서 뜻깊은 사료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 주석이 1941년 3월 16일 중국에서 글을 적어 벨기에 신부 매우사(梅雨絲, 본명 샤를 미우스)에게 준 유물이다. 김구는 태극기에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고 쓰고, 마지막에 김구(金九)라고 새긴 작은 도장을 찍었다.
매우사 신부는 미국으로 건너가 안창호의 부인 이혜련에게 태극기를 전했고, 후손들이 보관해 오다 '안창호 유품' 중 일부로 1985년 3월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크기는 가로 62㎝·세로 44.3㎝이며, 비단에 청색과 홍색 천으로 태극을 붙이고 검은색 천으로 사괘를 덧대어 만들었다.
은평구 북한산 진관사에 있는 태극기는 2009년 5월 사찰 부속 건물인 칠성각 보수 공사 중에 불단 안쪽 벽체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일제강점기 태극기다.
수습 당시 '경고문', '조선독립신문' 등 독립신문류 5종 19점이 태극기 안에서 확인됐다. 신문 발행 시점이 1919년 6월 6일부터 12월 25일 사이여서 태극기도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불에 타 손상된 흔적과 구멍이 곳곳에 있어 3·1운동이나 이후 독립운동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또 일장기 위에 태극의 청색 부분과 사괘를 먹으로 덧칠해 만든 점이 특징으로,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한 사례여서 항일운동사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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