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은 경제 성장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는 반면, 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 직면해 있다. 특히 석탄값 급등에 따른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생산자물가는 10% 이상으로 치솟았다. 0%대 상승률에 머물렀던 소비자 물가도 최근 전기료 인상, 식품가격 급등 등으로 꿈틀대고 있어, 중국 인민은행이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재점화할 수 있는 통화완화 여지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경기둔화에 구조적 인플레까지···
같은 기간 중국 국내 수요 둔화 등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7% 상승에 그쳤다. 중국 정부가 연초 제시한 상한선(3%)에 한참 못 미친다.
이로써 PPI와 CPI간 격차는 사상 최고치인 10%P까지 벌어졌다.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박 속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운 수많은 중소 제조기업의 경영난은 가중됐다. 이는 가뜩이나 성장률이 둔화하는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달 들어 소비자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악천후로 인한 채소값 급등, 전력대란 해소를 위한 전기료 인상 탓이다. 노무라증권은 전기요금 인상 자체만으로 내년 3분기까지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활동은 위축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 현상이다.
'운신 폭' 좁아진 통화정책 대신 재정정책 활용
인민은행은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은 전체적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물가 급등에 따른 민심 불안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으로선 섣불리 경기부양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경제는 살려야 하는데 물가 관리에도 힘써야 하는 인민은행은 딜레마에 빠졌다.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돈줄을 죄면 경기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 속 통화정책 운용 여지는 좁아졌다. 인민은행은 현재로선 안정에 방점을 두고 강도와 리듬을 조절해가며 온건한 통화정책을 펼친다는 입장이다.
인플레 압박이 크지 않았던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은 한 차례 전면적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했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설까지 대두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며 지준율 인하, 금리 인하설은 ‘실종’됐다. 대신 인민은행은 단기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하면서 탄력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고 있다.
세제 감면, 소비부양책, 특별채 발행 등과 같은 재정정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7일에도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고 중소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 납부를 유예하도록 했다. 납부유예되는 세금 규모만 총 170억 위안(약 3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물가 격차 확대로 이윤이 악화된 중소 제조업체를 겨냥한 조치다.
習 '석탄 안정공급' 천명···석탄값 '반토막'
중국 정부의 원자재 가격 안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력대란의 주범인 석탄값 안정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산둥성을 시찰하면서 전력난에 대응해 석탄과 전력을 안정 공급하겠다고 천명했을 정도다.실제 중국은 그간 탄소감축으로 제한했던 탄광 석탄 채굴을 재개해 석탄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는 한편 해외 석탄 수입량도 늘렸다. 중국 경제계획을 책임지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19일부터 모두 16차례 석탄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를 쏟아냈다. 석탄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석탄 가격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방안도 논의했다. 최근엔 화력 발전용 석탄 가격 상한선을 설정할 방침이라고 블룸버그는 27일 보도했다.
효과는 강력했다. 중국 내 석탄값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선물일보에 따르면 19일 톤당 1982위안까지 치솟았던 발전용 석탄 선물은 28일 1033위안으로, 약 열흘 새 거의 반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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