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발표된 가계부채 규제대책...그 내용과 부작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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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10-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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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조기에 시행되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이 더 엄격해지는 등 가계대출 조이기가 강화된다.

정부는 최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지난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해 추가적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판단에 따라 '갚을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빌리고, 나누어 갚는다는 대출 관행을 조기에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예정이던 ‘개인별(차주단위) DSR 40%’ 규제 적용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DSR은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합쳐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만 계산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달리 신용대출·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보는 포괄적 개념이다. ‘DSR 40%’ 제한이란 연소득이 5000만원인 직장인이 한해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2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DSR 규제를 적용하면 아무리 높은 가격의 담보 물건을 제공하더라도 대출자의 소득 입증액이 적으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게 된다.

7월부터 시행된 1단계 ‘개인별 DSR 40%’ 적용 대상은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이다. 기존 계획으론 2022년 7월부터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2023년 7월부턴 1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 시기를 각각 6개월, 1년 앞당겨 내년 1월과 7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또 현재 최대만기로 일괄 적용하는 만기가 내년부터 대출별 평균 만기로 바뀐다. 신용대출은 7년에서 5년으로, 비(非)주택담보대출은 10년에서 8년으로 각각 단축된다. 대출을 갚아가는 기간을 나타내는 만기는 원리금 계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만기가 줄어들면 DSR 규제에 따라 대출한도도 줄어들게 된다.

제2금융권 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60%인 제2금융권 개인별 DSR을 내년부터 50%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풍선효과를 고려할 때 제2금융권도 규제비율을 제1금융권과 동일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지만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차주의 특성, 소득 증빙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드론도 DSR이 적용돼 대출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연소득 4000만원인 직장인이 주택담보대출 1억8000만원(만기 30년, 금리 2.5%, 원금균등상환, 비규제지역)과 신용대출 2500만원(금리 3%, 만기일시상환)을 이용하고 있다면 현재는 카드론 800만원을 추가로 쓰는 것이 가능하지만, DSR 규제가 적용되면 636만원이 카드론 한도가 된다.

금융당국은 내년도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목표도 상향 조정하고, 집단대출 등을 제외한 개별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목표를 신설하기로 했다. 올 6월말 기준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분할상환 비율은 73.8%인데, 내년 목표치는 80%다. 특히 내년부터는 전세대출 분할상환 비중이 높은 금융사에 정책모기지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또한 분할상환 비율이 11.8%에 불과한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분할상환 신용대출을 받으면 일시상환 때보다 만기를 길게 설정할 수 있어 DSR을 계산할 때 대출취급 가능규모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서민·실수요자 피해 보호방안도 함께 내놨다. 전세대출은 올 4분기까지 금융권 가계부채 총량 한도에서 제외해 공급하고, 결혼·장례 등 예외적으로 돈이 필요하면 연소득을 넘는 규모의 신용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줄지 않을 경우 추가 대출규제를 즉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존보다 축소하고, 차주단위 DSR 규제 대상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당국은 DSR 규제 대상을 1억원 미만인 차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수 천만원 수준의 대출(전체 차주의 70%)이 있는 차주도 DSR 40%를 적용받는 셈이다. 

한편 이번 대출규제 강화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대출절벽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현재 대출을 이용 중이거나 내년 중 대출을 계획 중이던 금융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적용 전 미리 생활안정자금이라도 받아놓으려는 문의까지 증가하며 시장에서는 가수요 확대에 따른 '막차대출'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대책에 따라 주택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부동산 거래시장도 영향을 받을 여지가 커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누적된 집값 상승 피로감과 겹치며 매수세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점차 증가할 수 있고 금융기관 대출한도 축소가 동반돼 다주택자 주택 추가 구입 수요는 감소하고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영역에서 수요가 대거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DSR에 전세대출을 제외하면서 주담대와 전세대출 한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더 심화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앞서 당국이 상대적으로 전세대출 대비 주담대 규제를 더 강하게 적용하면서 집값은 전셋값보다 비싸지만 대출은 주담대보다 전세대출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런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의미다.

또한 임대차 시장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매매 수요 감소 시 일부 수요가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수요자들은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 만약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타고 올라갈 금융 사다리를 치우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이 속속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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