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행] 절차 복잡해도 괜찮아…체코 여행이 준 설렘이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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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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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체코 프라하 신 시청사 앞에 마련된 코로나 검사소, 코로나 검사소에서 검사 받는 기자, 프라하 공항 내 코로나 검사 장소, 귀국 후 도착한 관할 거주지 임시선별진료소 [사진=기수정 기자]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굳게 걸어잠갔던 국경을 개방하는 국가가 늘면서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지역은 물론, 동남아 지역 여행상품 판매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일찌감치 한국을 ‘저위험 국가’로 분류한 체코 정부가 이번에는 최근 기자들을 대상으로 답사여행을 진행했다.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출국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코로나19 확산세 탓에 출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진 부분도 여행을 고민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멈췄던 여행을 떠나게 됐다는 설렘은 이기지 못했다. 복잡한 절차를 모두 마치고 무사히 여행을 떠났고, 체코에서 보낸 일주일, 그 여운은 아직 옅어지지 않았다.
 
체코 여행 결정, 그리고 출국 72시간 전
코로나 확산세 속에서도 체코관광청이 큰 결단을 내렸다. 코로나 시대 ‘새로운 여행법’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 기자들을 체코로 초대했고, 기자도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체코 여행이 결정된 직후,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혹시 모를 (코로나 확진) 가능성 때문이었으리라. 그래도 2년 만에 주어진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아니, 놓치고 싶지 않았다. 

창고에 넣어둔 여행용 가방을 꺼내 수북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짐을 하나둘 챙기기 시작했다. 숱하게 떠났던 여행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하려니 영 어색하기만 했다.

짐을 챙기고, 점검하기를 몇 번. 그렇게 짐을 다 쌓아 거실 한편에 세워둔 채 며칠이 지났다.

시간은 흘러 출국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확산 후 출입국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해외 출국을 앞둔 이들은 출국 72시간 전 이내에 신속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반드시 받아야 했다. 단 해외 출국자의 경우 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영문 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보건소에서는 이 업무를 하지 않았기에 영문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병원을 찾아 검색·예약한 후 의사 상담을 받고 나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해외 출국(여행)은 본인 선택이기 때문에 ‘유료’로 진행된다고 들었다. 검사비는 통상 12만원을 웃돈다. 상급병원의 경우 20만원가량 받기도 한다.

예약 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한 번 받았던 PCR의 고통은 결코 잊히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유야 어쨌든 검사를 받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담과 고통은 감내해야 했다.
 
출국이 코앞인데 체코가 봉쇄됐다고?
검사는 무사히 마쳤다. 다음날 영문 결과지만 챙기면 되는 상황이었다. 한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럽국가 봉쇄 기사가 도배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국가에 ‘체코’도 포함됐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체코관광청 관계자는 물론, 답사 참가자도 분주해졌다. 현지 정부를 비롯해 대사관 등에 연락을 취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차라리 떠나기 전에 소식을 들은 것이 잘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현지와 연락이 닿았다. “1일부터 방역 지침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봉쇄는 아니다”라는 것이 현지의 설명이었다. 주한 체코대사관 측 입장도 같았다.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다시 주섬주섬 빠뜨린 짐을 챙겨 넣고, 챙겨야 할 서류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 증명서(영문), PCR 음성 확인서(영문), 여행자보험(영문) 등을 빠뜨리지 않고 챙겼다. 예전 같으면 여행자보험 하나 들면 끝날 일이었지만, 이제 이 서류들은 출입국 필수 서류가 됐다.
 
한국 출국 앞두고 PCR 검사 두 번···이게 무슨 일? 
체코에 도착해서는 격리 없이, 동선 제한도 없이 코로나 이전처럼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거리두기 등을 지키기는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나는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이야”라고 자부했지만, 마스크는 계속 착용했다.
혹시 발생할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체코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한국인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나름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으로 출국할 날이 또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체코 프라하 신 시청사 앞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이 고통을 귀국 후 두 번이나 더 겪어야 한다니···.’ 생각하는 찰나 콧구멍이 찌릿함을 느꼈다.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이제 다음 날 결과지만 받아들면 되는 일이었다.

남은 일정을 무사히 소화했고, 이제 한국으로 출국하는 일만 남았다.

출국 당일 새벽.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짐 다 싸셨나요? 저기··· 문제가 생겨서 공항에 일찍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

“일부 인원 PCR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공항에서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가슴이 철렁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정말 나오지 않은 걸까.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생각이 찰나에 스쳤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출국이 불가능했기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호텔을 빠져나왔다.

프라하 공항에서 신속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늦어도 2시간 안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음성’만 받으면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다.

콧구멍을 휘저어대는 고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검사를 받고 공항 내 카페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기다리길 1시간. 결과지를 메일로 보냈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마주 앉은 일행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출국 준비를 마쳤고, 잠시 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그래도 좋아 '여행'이니까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평생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을 열흘 새 몸소 체험했다. 그래도 값진 경험이었다. 입국 후 바로 PCR 검사를 받았고, 아직 또 한 번의 PCR 검사가 남아있지만 이 모든 경험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이번 여행은 마음을 달뜨게 했다.

“출국 과정도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은데 그래도 해외여행을 떠날 것인가?”라고 묻는 이가 있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지”라고 얘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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