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前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팀'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 前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핵심 인물들에게 배임 혐의를 얹었지만 정책 결정권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성남시장)와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한달 이상 이어졌고, 당사자 간 대질심문과 계좌추적 등 다방면으로 단서를 찾아 나섰던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더이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일 검찰은 유 前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추가 기소했다. 또 유 前본부장의 배임 공범 혐의 등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前머니투데이 기자)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공사의 사업 설계를 주도한 정민용 변호사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배임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윗선'이 결국 누구인가를 가리는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만약 유죄확정되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올린 수천억원대 부당이익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화천대유 등 대장동 세력으로부터 700억원대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유 前본부장을 구속 기소했고, 열흘 뒤 '배임'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그때 이미 이른바 '윗선'에 대한 수사가 한계를 보인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슬슬 돌기 시작했다.
로앤피의 취재 결과, 이 무렵 시간 차를 두고 진행한 성남도개공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검찰은 이재명 후보(당시 성남시장)의 배임 흔적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수사 초기인 지난 9월 말, 성남도개공에 압수수색을 들어갔다. 유 前본부장이 당시 성남도개공 사장 등 결재라인을 무시하고 이 시장에게 직보를 한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유ㅏ해서 였다. 하지만 그런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기록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성남시와 성남도개공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동규 공소장에 대장동 4인방의 ‘공모 관계’ 적시
검찰에 따르면 유 前 본부장은 정민용 변호사와 김씨, 남 변호사 등과 공모해 2015년쯤 민·관합동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지침 자체를 결탁해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하게 배점을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같은 특혜의 대가로 유 前 본부장이 김만배 씨로부터 뇌물 5억원(수표 1000만원권 40장과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이익 분배구조를 협의하면서 공사는 확정수익만을 분배받도록 하되, 분배 대상인 예상 택지개발이익을 축소(평당 1500만원 이상을 1400만원으로)했다고 봤다.
아울러 화천대유가 직영하는 5개 블록상의 아파트 등의 분양이익에 대해 공사의 이익환수를 배제하는 특혜를 주는 방법으로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을 화천대유에 취득하게 해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민용 변호사와 유동규 前본부장이 함께 만든 회사에, 남욱 변호사가 투자금이라며 건넨 35억원 역시 뇌물로 적시했다.
다만 이번에 재청구된 김만배 씨의 영장에선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건넨 50억 원 관련 혐의가 제외됐다. 이에 곽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 등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김만배 씨와 남욱·정민용 변호사 등의 구속영장 심사는 내일(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책 판단은 배임 적용 불가능”?
2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현재로선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에서 했던 ‘고정 이익 확보’라는 정책적 판단을 배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유 前본부장의 배임 혐의 추가 공소장 등에서 이재명 후보는 배임의 공범에서 빠졌다. 검찰이 구속된 유 前본부장처럼 뇌물을 받거나 다른 화천대유‧천화동인 소유주(김만배‧정영학‧남욱)처럼 천문학적 배당금을 챙기는 등 사적 이익 추구가 있어야 하는데, 순전히 ‘정책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면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두고 '민간사업자들은 4000억원이 넘는 돈을 나눠가졌는데 성남도개공은 1830억원만 챙겼다면 결과적으로 성남시민에 대한 배신아니냐'(배임)는 비판이 일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화천대유가 택지매각에 따른 배당금 외에도 별도로 아파트 분양이익으로 4531억원을 얻어 모두 8500억원의 이익을 봤다며 이 부분까지 포함해 배임혐의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 前본부장 등은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반박의 근거도 서너가지가 넘는다.
▲일단 2015년 당시만 해도 땅값이 평당 수천만원이 넘어 지금같이 엄청난 이득을 볼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고, ▲두번째로 '회계장난'의 능숙한 건축업자의 특성상 어떤 형식으로든 회계장부의 숫자를 조작해 손해가 난 것처럼 만들어 지자체 몫을 줄이려 했을 것이며, ▲셋째 1800억원이 아니라 5500억원이고, ▲넷째 성남시도 5500억원의 이익을 얻었는데 더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배임이라 한다면 대장동 보다 적은 이익을 낸 다른 사업들도 다 배임죄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이런 가운데 대장동 사업을 기점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한 황무성 前성남도개공 사장은 지난 28일 “(성남도공에) 대장동 사업 수익 50% 이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던 공모지침서가 (내가 사퇴한 뒤) 1822억원의 고정수익을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밝히면서 변경 당사자와 변경과정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수사팀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배임 성립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검찰은 "경영진의 경영상 판단이나 공직자의 정책적 판단에 있어 뇌물·횡령 등이 개입되지 않으면 배임죄 인정이 쉽지 않다”고 봤다. 또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범죄 수익 환수가 가능하지만, 그만큼 법원의 무죄 판단도 더욱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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