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치료제 등장에 코로나 수혜주 판도 '대격변'

MSD·화이자 잇단 약효 확인 소식에

임상 진행 코로나치료제 개발사 타격

셀트리온 '렉키로나' 빛 못볼 가능성

증권가 "기대치 낮다" 목표가 줄하향

렉키로나 [사진=셀트리온 제공]

최근 교보증권은 코스피 상장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를 커버리지에서 제외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더는 제시하지 않겠다는 조치다. 매도 보고서나 목표가 하향 같은 조치보다 강력하다.

교보증권이 이렇게 강력한 조치를 내린 이유는 그동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주가의 상승 동력으로 삼던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사업의 기대감이 사실상 '제로'가 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강력한 대안의 등장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가 선보인 코로나19 치료제 몰루피나비르(MSD)와 팍스로비드(화이자)가 약효를 확인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품목허가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주력 사업인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CMO(위탁생산) 사업이 불투명해졌다는 게 커버리지 제외의 이유다.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 종목인 셀트리온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라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다.

하지만 증권가의 기대는 낮다. 지난달 SK증권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에 대한 매출 기대치를 아예 빼고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계산했다. 그 결과 목표주가가 기존 3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아졌다. 최근 셀트리온 주가는 20만원 초반대다.

이처럼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관련 이슈로 수혜를 누렸던 종목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MSD와 화이자의 치료제 효과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따라 치료제 상용화가 임박한 MSD·화이자와 관련된 종목은 주가가 오르는 반면 경쟁하는 구도였던 곳들은 주가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료: 취합]

무엇보다 해당 약품의 약효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이 경쟁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악재다. 코로나19 증상 발현 이후 5일간 해당 약품을 복용했을 때 입원·사망률을 MSD의 몰루피나비르는 50%,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85%까지 낮춘다. 약효를 확인한 현지 언론은 곧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사회·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결국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백신을 도입한다는 종목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출시 기대감으로 글로벌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사들의 향후 실적 기대감이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동안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나선 상장사의 최근 주가는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파라맥스'를 개발한다는 신풍제약은 지난 3개월간 주가가 30%가량 떨어졌다. '나파벨탄'을 만든다는 종근당도 최근 3개월 동안 14%가량 주가하락을 겪고 있다.

이밖에 코로나19 치료제 '코비블록'의 임상을 준비 중인 대웅제약도 3개월 동안 23% 수준의 주가하락을 겪는 상황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카모스타트'라는 치료제를 준비한다고 하면서 주가상승을 맛본 바 있지만, 최근 3개월 고점 대비 25% 수준의 약세다.

'DW2008S'라는 천식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쓸 수 있다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동화약품도 지난달 주가가 1만9000원을 넘었다가 최근에는 1만3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발빠르게 태세를 전환한 곳도 있다. 제넥신은 원래 항암제로 개발 중이었으나 코로나19 치료제로 탈바꿈하려던 '인터류킨'을 다시 항암제로 개발한다며 관련 임상을 재개했다. 최근 주가하락을 겪던 제넥신은 이 소식을 전한 뒤 소폭 반등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백신의 보급과 치료제의 등장으로 코로나19 관련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주가를 띄우던 상장사들은 다른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상승분을 반납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