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인플레 공포...연준 '조기 금리인상' 불가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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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1-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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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물가상승세(인플레이션)가 또다시 고점을 경신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2%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1991년 11월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전날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2010년 11월 통계 작성 20여년 만에 최고치(전년 대비 8.6% 상승)를 기록한 후 이틀째 인플레이션 충격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금융시장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공포가 감도는 모양새다. 뉴욕증시는 9~10일 이틀 내리 급락장을, 미국 국채시장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두 시장 모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금리인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연준의 내년 조기 금리인상 여부에서 내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연준의 2022년 조기 긴축(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1990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 대비) 등락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는 이날 금리 경로 예측치 층간값을 통해 내년 연준이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핌코 소속의 티파니 와일딩 북미 경제학자는 투자노트에서 "이날 보고서로 연준이 불편한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예상보다 강한 10월 물가 상승세는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 예측치를 다시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점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역시 내년 6월과 9월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상 가능성을 각각 68%와 89%(11월 10일 기준)로 예상했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내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20% 미만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피오나 신코타 시티인덱스 선임 금융시장분석가는 블룸버그에서 "물가상승률이 6% 수준을 넘어서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상당히 난처해질 것"이라면서 "연준이 6.2%의 CPI 상승률을 무시할 방법은 없으며, 이는 더욱 매파적인(긴축 선호 성향) 움직임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이후 20년물과 30년물의 미국 국채 금리는 역전된 상태다. 지난 10월 28일 2.0073%를 기록한 20년물 금리가 30년물(1.979%)을 앞지른 이후, 이달 10일(각각 1.9724%와 1.924%)까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전조라고 여겨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20년-30년물 금리가 처음 역전한 지난달 말 당시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국제금리 수석전략가는 블룸버그에서 "시장이 미쳤다"면서 "20년-30년 국채의 수익률(금리) 역전은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의 내년 6월 금리인상 가능성 베팅. [자료=CME 페드워치]

다음 달 14~15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연준 내 고민과 혼란이 가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는 25일 발표되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3대 물가 지표(CPI, PPI, PCE 물가지수)가 모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연준에 대한 물가 대응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10월 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4% 상승으로 보합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긴축 선호 성향) 발언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그간 대체적으로 비둘기 성향으로 분류됐던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8일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현재의 물가 지표가 연준의 목표치를 중간 정도로 오버슈팅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높은 내년 말 정도에는 금리 인상을 위한 '필요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반복될 경우, 정책이 성공했다고 생각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다수 위원이 인플레이션이 현재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쪽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역시 지난 9일 "인플레이션이 지금 언급하는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우리는 약간 더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직후 소극적인 대차대조표 축소, 즉 완만한 금리인상을 지지했다.

한편, 그간 테이퍼링에만 집중하며 인플레이션 대응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파월 의장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로이터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작업에 들어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연임과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의 신임 의장 지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그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지지를 받는 등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의 인플레이션 대응 부진 실책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되며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왼쪽)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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