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국가부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국가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재정당국은 난색을 표한다. 단순 수치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증가 속도를 볼 때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59% 수준이다. 37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23위)에 속한다.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국가끼리만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14개 비기축통화국 평균(41.8%)과 비슷하고, 이들 국가 가운데는 부채 순위가 6위로 비교적 높다. 미국과 유럽 등 기축통화를 쓰는 23개국 평균은 62%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랏빚이 불어나는 속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35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정점검보고서'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51.3%다. 이어 내년에는 55.1%, 2023년 58.5%, 2024년에는 61.5%로 60%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2026년에는 66.7%로 올해보다 15.4%포인트 뛸 전망이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유일한 두 자릿수대 증가율이기도 하다. 상승폭이 2위인 체코는 8.7%포인트 수준이다. 같은 기간 35개국 평균은 121.6%에서 3.0%포인트 내려간 118.6%로 예측됐다.
정부 역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47.3%에서 내년에는 50.2%, 2023년 53.1%, 2024년 56.1%, 2025년에는 58.8%로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국가채무는 크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만 합산하는 'D1'과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더한 'D2', D2에 공기업 채무까지 합치는 'D3', D3에 사회보험·연금 등 충당부채를 더하는 'D4'로 나뉜다. IMF는 보통 D2를 기준으로 잡는다. OECD는 D4까지 적용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D1을 기준으로 국가부채를 계산한다. 보수적인 기준으로도 국가부채가 4년 뒤에는 60%대에 육박하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특성상 이들 업체 채무까지 인식하면 국가부채는 더욱더 늘어날 수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D2는 42.2%, D3는 59.0%에 달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다"며 여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추진을 두고 난색을 보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3일 "국가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비정상 상황"이라며 전 국민에게 추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분위기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려를 표했다. KDI 관계자는 "높아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려면 재정 지출을 효율화해야 한다"며 핀셋 지원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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