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검찰은 동양대 PC 포렌식 결과 현장에서 전자정보의 선별압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포렌식 결과 (변호인이 분석을 의뢰한) 민간전문가는 검찰이 '조국 폴더'를 확인하고 정상적으로 종료한 뒤 가져간 흔적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정 전 교수의 강사 휴게실 PC에 대한 전문가 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검찰의 주장과는 달리 해당 PC가 순서대로 정상종료된 흔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정 교수의 PC는 선별압수가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PC를 통째로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는 기존 정 전 교수 측 입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변호인은 "(2019년 9월 10일 오후 7시 31분~32분 사이)검찰이 PC를 정상적으로 종료해놓고 '비정상적인 PC 종료로 인해 전자정보를 선별 압수하지 못해 통째로 반출했다'고 (허위)보고했다"며 기존 검찰의 의견을 반박했다.
형사소송법에서 '법원은 압수 목적물이 정보 저장매체인 경우 정보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선별압수가 불가능할 때에만 정보 저장매체를 통째로 압수할 수 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민감한 파일이 많기 때문에 선별압수가 원칙이지만, 검찰은 이 원칙을 어기고 PC를 통째로 가져갔다"며 "이것은 수사 목적만을 위해 헌법에 명시된 영장주의를 이탈해도 된다는 위헌적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포렌식을 진행한 민간전문가를 법정에 불러야 한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끝까지 반대했다. 검찰은 "전문가란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전문성이 의심된다"며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려했다.
또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면 의견서 제출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정 前교수의 항소심에서도 방대한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하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꼭 교수거나 학위를 갖고 있지 않아도 전문가 조언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일단 증언을 들은 다음 전문성을 의심해야지, 일상적 자격만을 요구하며 전문성이 없다고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증인출석 대신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서면공방만 이뤄졌기 때문에 (이제는)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정 전 교수의 1, 2심 재판부는 전문가 증인신문 대신 서면으로 된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조 전 장관 측은 지난달 13일 재판부에 검찰이 확보한 PC 하드디스크를 돌려달라는 압수물 가환부를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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