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관련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시절 한 전 총리 사건을 대검찰청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로 재배당하고 당시 수사를 맡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現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교체하는 방식 등으로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서면진술은 직접 수사의 하나로 서면진술만 받고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면 진술에 앞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서면진술만으로 사건을 종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소환조사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수처는 지난 6월 윤 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고 7월엔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을 불러 조사했다. 또 지난달 9일에는 주남관 법무연수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공수처는 윤 후보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 등을 검토한 뒤 소환조사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윤 후보 측에 의견 진술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는 윤 후보에 대한 서면진술요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후보는 징계처분 불복 행정소송 등을 대리한 이완규 변호사와 손경식 변호사를 선임해 의견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서면진술 요청에 대해 윤 후보 측은 "당시 적법한 배당절차에 따라 이뤄진 정상적인 검찰총장의 업무 처리였다"고 강조하며 관련 법 규정과 한차례 무혐의 처분이 나온 징계위원회 결정문 등을 제출할 예정이다.
15일 오후 공수처는 수사관 20명을 파견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판사사찰 문건' 사건에 대한 것으로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사건'과는 별개다. 수사정보담당관실은 판사사찰 문건을 작성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공수처는 지난 9월 28일에도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때는 '고발사주' 사건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연이어 고발사주 사건과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사건, 판사사찰문건 사건 등으로 대검이 잇따라 공수처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면서 윤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 크게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은 지난해 2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취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지시했다는 것 등을 담고 있다.
윤 후보는 해당 혐의로 인해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법무부를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윤석열 의혹'의 키맨, 손준성
장모 대응문건 작성 의혹은 손 검사와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 2담당관이 윤 후보의 지시를 받아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불법으로 작성하고 기자들에게 유출한 혐의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에서 고발한 사건이다. 공수처는 지난 10일 손 검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권순정 전 대변인의 공용폰을 포렌식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공수처가 이 사건으로도 윤 후보를 입건하게 되면 윤 후보가 피의자로 입건된 사건은 총 5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등 총 4건에 대해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번 손 검사 사무실을 비롯한 대검 압수수색 영장에서 윤 후보와 관련된 4가지 의혹 모두 적시했다.
손 검사는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장모 대응문건 작성 등에 모두 거론되는 '키맨'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고발사주 의혹과 판사 사찰 의혹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다면 윤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이후 소환조사까지도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